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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토리]무너진 박삼구…10년 고군분투 끝에 굴욕적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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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이 또다시 그룹의 핵심계열사를 외부에 넘겨주는 경영 수모를 겪게 됐다.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을 살리기 위해 제2의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은 15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과 함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을 직접 만나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와 함께 매각 방안을 담은 수정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박 전 회장은 이미 지난달 말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위기 및 감사보고서 사태에 책임을 지고 그룹 총수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한때는 그룹 총수로서 사세를 확장하며 인수·합병(M&A) 승부사로 불리던 박 전 회장이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와 문어발식 경영 등에 따른 책임으로 굴욕적인 퇴진을 또다시 맞게 됐다.

◇한땐 M&A 승부사…경영난 책임에 퇴진만 2차례

박 전 회장은 2002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본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할 때까지만 해도 M&A 승부사로 불렸다.

하지만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등 그룹의 자금력을 뛰어넘는 무리한 투자로 사실상 오늘날 그룹 위기의 시초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계 순위는 7위까지 치솟았지만 2008년 글로벌 경영위기와 맞물리며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박 전 회장은 이에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을 다시 매각했고 금호산업 등 주요 계열사의 워크아웃 및 자율협약 등도 추진됐다. 박 전 회장은 2009년부턴 경영난에 대한 책임 문제로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갈등을 빚으며 법적 소송까지 시작했다. 경영에 책임을 지고 퇴진한 박 전 회장은 2015년 그룹재건을 선언하며 경영에 복귀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인수 작업은 자금 압박으로 무산됐고 유동성 위기 속에 금호사옥 역시 매각하며 계열사를 하나 둘씩 떠나보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구조조정으로 수익성 개선을 꾀해 왔지만 유동성 위기는 좀처럼 해소되지 못했다.

계속되는 유동성 위기 속에 지난해 기내식대란 사건에 이어 지난달 감사보고서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박 전 회장은 결국 두 번째 퇴진 의사를 밝혔다. 대주주로서 그동안 야기됐던 혼란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차원에서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 그룹 측의 설명이었다.

◇“그룹재건 외쳤는데”…중견기업 수준으로 전락할 듯

박 전 회장의 굴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 전 회장은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금호고속 지분 추가 담보 설정, 자회사 매각 등의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핵심은 200억 원의 지분을 내놓을 테니 약 5000억 원의 자금 수혈을 추가로 해달라는 내용과 3년간의 경영정상화 시간을 보장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채권단은 단번에 거절했다. 채권단은 30년을 줬는데 3년을 더 달라는 말에 의구심을 표하며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엔 부족하다고 박 전 회장을 비판했다.

결국 박 전 회장은 채권단 의도대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방법 외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만큼 요구했던 5000억 원 안팎의 자금수혈은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다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고 금호고속과 금호산업도 자금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면서 계열사는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리조트 등 3곳만이 남게 됐다. 그룹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회사 위상이 쪼그라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전 회장이 외쳤던 그룹재건은 결국 또 한번의 퇴진과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라는 결정 속에 쓸쓸히 끝을 맺게 됐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혜미 기자 / h7184@ceoscore.co.kr]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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