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용(왼쪽) 현대해상 부회장, 차남규 전 한화생명 대표이사
보험업계가 저금리·저성장 기조와 손해율 상승 등으로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임기만료를 앞둔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기가 긴 보험 상품의 특성처럼 경영 전략이나 성과도 장기적으로 바라보면서 타 금융권 대비 재임기간이 긴 CEO가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디지털혁신 등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CEO의 세대교체 필요성도 떠오르고 있다.
특히 생명보험업계의 대표적 장수 CEO이자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뒀던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이 지난 2일 용퇴를 발표하면서 올해 말과 내년 초 등 임기 만료를 앞둔 보험사 CEO의 거취에도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차남규 전 한화생명 대표이사는 재임기간이 남았지만 보험업계를 둘러싼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 등 신제도 도입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경영환경 조성하기 위해 용퇴했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은 ‘재무통’으로 꼽히는 여승주 사장 단독 체제로 운영된다.
그러면서 차 전 대표이사와 비슷한 상황인 손해보험사 대표 장수 CEO 이철영 현대해상 대표이사 부회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1950년생으로 손해보험사 CEO 중 최고령이자 10년 동안 현대해상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07년 현대해상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처음 CEO자리에 오른 후 3년 임기를 마친 뒤 자회사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2013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복귀했다. 2016년 연임, 2017년 부회장 승진, 올해 3월 또 다시 연임됐다. 다만 임기는 기존 3년이 아닌 내년 3월까지로 1년이다.
이 부회장은 오랜 기간 현대해상을 이끌면서 합병과 자본확충 등 굵직한 현안을 잘 해결하면서 손보업계 2위 자리를 지키는 등 경영성과를 인정받았지만 지난해부터 업황 악화에 따른 신계약 감소, 손해율 상승 등 실적 부진을 피해가지 못했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362억 원으로 전년 동기(3574억 원) 대비 33.9%(1212억 원) 감소했고 영업이익 또한 1411억 원 줄어든 1146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은 통상 연말 이사회 이후 다음해 1월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했으나 올해 이달 초로 앞당기면서 조용일 사장을 총괄사장 자리에 올리는 등 빠른 조직개편을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서는 모양새다. 조용일 사장은 차기 CEO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로 지난 1월 사장 승진 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었다.
조용일(왼쪽) 현대해상 총괄사장, 최원진 롯데손보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