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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석 칼럼] ‘검찰수사심의위'에 달린 이재용 부회장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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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석 논설실장

이재용 부회장이 또 다시 운명의 날을 맞았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변경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의 연관성을 수사해온 검찰이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수사계속 여부와 기소(起訴) 타당성에 대한 검증을 받는다.

대검찰청 산하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수심위)는 26일 전체 위원 중 추첨을 통해 15명을 뽑아 현안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기소여부를 비공개로 심의한다. 현안위는 법조계를 비롯해 학계 문화예술계 언론 시민단체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균등한 비율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이 엇갈릴 경우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위원장은 표결권이 없다.

검찰이 수심위의 판단을 반드시 따라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2년여 동안 여덟 차례 심의 결정을 검찰이 한 번도 거스른 적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날 수심위의 의견은 향후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가늠자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삼성의 미래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공산이 크다.

수심위에서 도출될 의견은 크게 세 가지로 예상된다. 먼저 기소의견이 나올 경우다. 검찰은 그동안의 ‘무리한 수사’라는 부담을 터는 동시에 유리한 입지에서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삼성으로 향하는 칼날도 더욱 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미 2016년 국정농단 사태이후 4년여 간 재판과 구속수감으로 오너공백을 겪었는데 또다시 리스크까지 안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위원들의 찬반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려 동수가 나올 가능성도 상상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수심위는 기소여부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고 검찰의 판단에 맡기게 된다. 기소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한다. 

마지막으로 불기소 의견을 낼 경우다. 검찰이 수심위의 의견을 참고만 하고 기소를 강행하는 경우와 의견을 수용해 불기소처분으로 가는 경우 등으로 나눠 예상해볼 수 있다. 현재로선 수사팀의 의지가 워낙 강해 기소를 밀어붙일 공산이 커 보이지만 이럴 경우 검찰 스스로가 만든 제도를 자의적으로 운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고 삼성 측의 거센 반발까지 각오해야한다. 삼성은 마지막 경우의 수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수심위를 지켜보는 외부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재계는 코로나 위기 극복은 물론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범국가적 노력에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정치역학과 산업구도, 무역질서가 일대 격변기를 맞고 있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재판준비로 삼성의 구심력과 집중력에 손상을 입지 않을까 우려한다. 반면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그동안 재벌총수 일가의 범죄에 관대했던 결과, 정경유착의 폐습이 근절되지 않았다면서 기소촉구 의견서를 수심위에 제출했다.

삼성의 희망대로 심의위의 불기소의견을 낼지, 또 검찰이 그 의견을 그대로 수용해서 불기소처분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반대로 기소가 돼 끝내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사법리스크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삼성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유죄로 확정돼 이 부회장이 수감생활을 할 경우 삼성은 지난 5년을 합쳐 적어도 10년이란 세월을 검찰과 법원, 교도소 등에서 허비하게 된다.

검찰 공소제기로 이 부회장이 또다시 재판을 받는다면 삼성은 당장 대외신인도, 브랜드가치 등 무형적 자산의 손실은 물론 바이오산업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과 해외건설프로젝트 수주에 차질이 예상된다. 유상증자나 공모사채 발행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투자자와 국가간의 분쟁(ISD) 소송에서 수천억 원의 국부유출도 우려된다. 검찰의 주장은 결국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는 꼴이 되기 때문에 거액의 피해보상도 예상된다.

시간의 흐름에 묻혀버리는 기회비용의 가치는 추산조차 힘든다. 1년 8개월여에 걸친 수사기간, 압수수색 50여 차례, 관련인 소환조사 430회.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제출한 검찰의 수사기록 분량만 400권, 20만 쪽. 그럼에도 검찰은 2017년 삼성물산 합병비율의 경우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 법원의 판단을 뒤집을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다.

당시 수십여 차례에 달하는 1,2심 재판은 적게는 주 2회, 많게는 주 4회 꼴로 진행됐다. 자정을 넘기면서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웬만한 기업이라면 벌써 저승길로 접어들었겠지만, 삼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또 다시 계속되는 검찰수사를 묵묵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삼성이 막판에 그나마 건져낸 것이 검찰수사심의원회의 심의 요청이다.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의 법감정(法感情)에라도 호소해 보고 싶은 최후의 몸부림인 셈이다. 

이날 현안위에 참석한 심의위원들이 50쪽 분량의 의견서를 읽고 제한된 시간내의 의견진술을 통해 절박하고 가혹한 삼성의 위기를 얼마나 파악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표적수사·과잉수사로 기소를 밀어붙이는 검찰권의 남용만큼은 급제동의 빨간불을 꼭 켜주었으면 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운석 논설실장/ pen@ceoscore.co.kr]

박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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