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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한국타이어 등 대기업 상속 분쟁 쟁점된 '성년후견심판'…왜?

고령 부모세대 총수의 후계 결정 뒤집을 수 있는 최후 카드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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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기업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잇따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성년후견인 제도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승계 과정에서 부모세대 오너 경영인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조현식 부회장은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서울가정법원에 아버지 조양래 회장을 대상으로 청구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 참여한다는 뜻을 밝혔다.

조 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보유한 주식 전량을 매각하며 승계 구도를 결정 지은 것에 반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家 경영권 확보를 두고 '형제의 난'이 본격화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현범 사장은 지난 6월 시간외 대량 매매로 조양래 회장이 가지고 있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 23.59%를 전량 인수하면서 지분율 42.9%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측은 "형제경영 기조는 문제 없이 유지된다"며 형제의 난 가능성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으며, 조현식 부회장도 지분 승계와 관련된 입장을 따로 표명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조영래 회장의 결정에 대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성년후견 카드를 꺼냈다. 또 이전까지 조 회장이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같은 달 31일 입장문을 통해 "딸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본인의 건강과 판단력에 이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가운데 조현식 부회장까지 지난 25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양래 회장의 최근 결정들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며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한 논란은 회장님 본인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주 및 임직원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법적인 절차 내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현재 진행 중인 성년후견심판 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의 후계 결정에 장녀가 성년후견인 신청을 제기하고, 부친이 이를 반박하자 장남이 성년후견에 가세했다. 이에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 다툼은 '부친과 차남' 대(對) '장남과 장녀' 형국으로 굳어졌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건강 및 판단력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으며, 향후 서울가정법원은 '한정후견' 필요성에 대해 심판하고 후견인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성년 후견인 제도가 대기업 경영권 다툼에 처음 등장한 것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정신 건강이 온전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신동빈 회장은 신 명예회장이 치매를 앓고 있어 정상적인 판단이 힘들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신 명예회장이 고령임에도 건강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2015년 12월 신 명예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가 법원에 성년후견인 지정을 요청했고 법원은 신 명예회장이 중증 치매 등으로 정상적인 판단이 힘들다고 보고 한정후견인을 지정했다.

롯데그룹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상황이 비슷하지만, 변수는 신 명예회장이 당시 96세로 상당히 고령이었던 반면 조 회장은 84세로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다는 부분이다. 조희경 이사장의 주장에 입장문을 통해 반박할 정도로 조 회장이 사태에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성년 후견인 제도가 향후 후계 구도를 결정하지 않은 데다 총수의 나이가 고령인 대기업의 경우 승계 다툼에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리한 조건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최후의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성년 후견인 제도란 장애‧질병‧노령 등으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성인에게 가정법원의 결정 또는 후견 계약으로 선임된 후견인이 재산관리 및 일상생활에 관한 폭 넓은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다. 폐지된 금치산‧한정치산제도의 대체 제도이다.

법정후견과 임의후견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법정후견은 정신적 제약 정도와 후견 범위에 따라 성년후견‧한정후견‧특정후견으로 나뉜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성희 기자 / lsh84@ceoscore.co.kr]
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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