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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도 서러운데"…생계형 투잡도 금지되는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저임금' 시달리지만 업무 외 시간 겸업은 원천 금지
현행 겸업 금지 규율 일괄 적용시 무기계약직 저임금 구조 고착화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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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는 곽은혜(가명)씨는 세후 기준으로 매달 165만원을 받는다. 월급을 월세와 생활비 학자금 대출 상환에 쓰고 나면 곽씨에게 남는 돈은 20여만원 남짓이다. 곽씨는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고자 글자 모양의 풍선을 만들어 파는 레터링 풍선 사업을 부업으로 시도해볼까 고민해봤지만 이마저도 최근 포기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상 공공기관 임직원의 겸업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생계형 투잡'도 겸업금지 조항에 위배

현행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상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겸업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공운법 제37조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상임임원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 관련 업무 외 겸업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례처럼 최소한의 생활 유지를 목적으로 부업 활동에 나서더라도 이는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

자연스럽게 공공기관 직원들은 주말이나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이용한 아르바이트 등의 부업에 나설 수 없다. 하위법인 공운법 시행령을 폭넓게 해석해 겸업을 최대한으로 허용한다 하더라도 이 같은 부업 활동은 재직 중인 공공기관으로부터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실제 공운법 시행령 제25조는 임직원의 겸직 제한과 관련해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와 제26조는 국익에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사전 허가를 통한 겸직은 허용된다는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직원들의 영리 추구 활동을 겸업으로 허용한 사례는 전무하다. 오랜 시간 공공부문 임직원 행동강령 및 내부규정을 통해 직원들의 영리 행위를 이중, 삼중으로 제한해왔기 때문이다. '생계형 투잡'이라는 예외 사유가 있더라도 현재로서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겸업 행위 허용될 여지는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무늬만 정규직…'저임금' 시달리는 무기계약직

2017년부터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정부는 같은 해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기간제 및 파견·용역 근로자들의 정규직화를 위해 기존에 없던 직군 및 무기계약직 직제를 신설하는 등 정규직 전환 절차 이행에 나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무기계약직이 된 공공기관 직원들은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정년까지 고용 안정을 보장받게 됐지만 임금 등의 처우 수준은 열악한 실정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공기업(시장형·준시장형) 29곳의 무기계약직 평균 연봉은 4600만원으로, 정규직(7941만원)에 비해 3000만원 이상 임금이 낮았다.


연봉이 가장 낮은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격차는 더 커졌다. 29개 공기업 가운데 정규직 임금이 가장 낮은 기관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5936만원)였다. 무기계약직의 평균 임금이 낮은 기관은 한국광물자원공사(2800만원)였다. 사실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2배 가까이 벌어져 있는 것이다.

◇근로형태 변화에 걸맞은 보완장치 마련 시급

이처럼 공공기관의 근로 방식이 기존 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확대되면서 기존 겸업금지 규정이 오히려 독소조항으로 작용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변화하는 근로 형태에 따라 보완 장치를 마련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개개인의 삶의 수단인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정책의 목표"라며 "하지만 무조건 한 사람당 하나의 일자리만을 갖게끔 일률적으로 규제하다 보면 저임금 근로자들이 생계 유지를 목적의 부가 활동에 나서려 해도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소장은 "기존 일자리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어려울 경우 일부 겸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주는 게 세계적인 추세고, 이는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보완작업"이라면서 “미니잡(임금이 낮은 소규모 일자리) 겸업이 활성화된 독일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솜이 기자 / cotton@ceoscore.co.kr]

이솜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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