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근영칼럼] 지속가능한 한국형 에너지 정책 '지금이 적기'

지난 25일. 전국의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이 청와대 분수광장에 운집했다. 목적은 태양광업체와 태양광발전사업자를 고사시키는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서였다. 역대 정부 가운데 재생에너지를 가장 우대하고 있는 정부를 가장 혜택을 많이 받고 있는 사업자들이 오히려 못 살겠다고 들고 일어나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가. 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 탈원전과 탈석탄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니었던가?

에너지전환, 이른바 재생에너지 확대 바람은 전국을 휩쓸며 대한민국을 태양광 천지로 만들었다. 전국 곳곳에 수백 개의 태양광 조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산과 들은 물론이고 건물의 지붕이나 주차장까지 일정 규모의 땅마다 태양광 패널 물결이다.

정부는 법을 고치고, 저금리로 자금까지 지원하며 물심양면으로 태양광을 키웠다. 그게 불과 2년 남짓이다. 그렇게 공을 들였건만, 현실은 정부 규탄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실 작금의 상황은 속을 들여다볼 필요도 없다.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거의 모든 에너지인들은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다. 다만 그 때가 언제일까 우려하면서 가슴만 졸이고 있었을 뿐이다.

내용은 이렇다. 태양의 빛을 이용하는 태양광발전은 빛이 있을 때만 발전이 가능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자 한계를 가지고 있다. 빛이 없는 저녁에는 발전을 멈출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태양광발전은 필수적으로 에너지저장장치라는 부가적인 설비가 없으면 양질의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할 수 없는 것이다. 반쪽짜리 발전원인 셈이다.

유일한 장점은 연료비가 들지 않고, 친환경적이라는 것 하나다. 따라서 세계 모든 국가에서 태양광발전을 보급할 때 정부가 보조금을 주거나 혜택을 줬다. 바꿔 말하면 정책적 지원 없이는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로, 자금도 지원하고 의무적으로 사주는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일정 규모의 발전사업자들에게 의무적으로 태양광발전을 구매토록 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와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비용을 보장해주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등이 그것이다.

이 정부 초기까지는 호황이었다. 한전 자회사들은 정부에서 부과받은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량을 채우기 위해 민간 태양광발전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REC를 비싼 값에 사들였다. 당시에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았기 때문에 파는 데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딱 3년 만에 15만 원을 호가하던 REC는 2만 원까지 폭락했다. 태양광사업자들은 현 상황에서는 원금을 회수하는 데도 최소한 14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이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혈안이 돼 발전시장 메커니즘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인 수요와 공급 간의 함수관계를 간과한 것이다. 더구나 정부 스스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수밖에 없는 원인마저 제공하는 황당한 상황까지 일어났다.

한 태양광발전사업자는 정부가 발전사업자에게 부여한 RPS에 따라 달성해야 하는 공급의무량을 3년간 유예해 준 것도 모자라 바이오매스를 유연탄과 섞어 쓰는 것마저 폭넓게 허용해 수요초과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작금의 원인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얘기다.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있는가. 물론 있다. 에너지전환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가장 현실적성 있는 재생에너지원인 태양광발전업계와 사업자들이 최소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태양광 협회는 이미 솔루션도 제시했다. 에너지원별 기초단가 개선, 더 많은 기업(RE100)의 REC 직접 구매법 마련, 기준가격 10% 상하한가 기준 명문화 및 최저가격제 도입, REC 3년 유효기간 및 발전사 공급의무량 20% 3년 유예제 폐지, 바이오혼소 REC 발급 중단,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량 상향,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REC 수급불균형 해소 등이 그것이다.

특별히 무리한 내용도 없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협회에서 대책으로 내놓기 전에 정부가 먼저 업계와 논의했어야 하는 대책들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정부의 계획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태양광발전이 확대되는 효과마저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 물론 아니다. 감내해야 할 반대급부가 있다.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건 필연적이다.

경제논리 즉 시장원리로만 봤을 때, 공급자보다 수요자가 적으면 재화의 가격은 내려가는 게 상식적이다. 정부가 민간이 만든 전기를 싸게 사서 싸게 공급하면 국민들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쉽게 말해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목표라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값을 쳐주면 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면 된다.

안전하지 않고, 환경적이지 않은 원자력과 석탄 대신 비싸지만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더 많이 내야 하니 국민 여러분이 이해해달라고 말이다. 이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느닷없이 터진 코로나 사태, 그리고 코앞에 다가온 총선으로 모든 정책이 사실상 멈춰 있다. 총선 이후에도 코로나 사태와 총선 후폭풍은 한동안 정국을 어수선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코로나 사태 종식과 정국 안정과 상관없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미뤄져 있던 현실적 문제를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운이 좋게도 이 정부 들어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의 힘겨루기로 인해 저유가가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유연탄 가격도 전 정부 때와 엇비슷해 에너지(원료비) 비중이 줄었다. 그러나 이런 호시절은 머지않아 끝이 난다. 합리적인 에너지정책의 지향점은 지속가능성이다. 20여 년 전 정부의 실기로 역사상 처음으로 외환위기를 겪었다. 수십 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앉았고 수많은 국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고통과 시련을 겪었다.

산업으로까지 덩치가 커지긴 했지만 에너지는 여전히 국가를 돌리는 동력이다. 물과 함께 국민들 모두 누리는 가장 기본적인 공공재다.

태양광발전으로부터 다시 불거진 정부의 에너지 정책, 다시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원자력과 화력을 없애야 할 공공의 적으로 치부하지 말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조금은 불편하지만 안고 가야하는 소중한 재료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와 국민이 참여하는 소통의 장을 열어 국가적 솔루션을 도출해야 한다. 길고 고통스러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한번은 해야 하는 일이다. 저유가로 에너지비용이 최소화되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급변하고 있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정부고 정책이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

[ceo스코어데일리 / 천근영기자 / chanchun0111@ceosco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