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격히 치솟는데…정부재정 확대 두고 엇갈리는 시선

'빗투에 영끌까지'…가계부채 급증, "추가 재정투입으로 완화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치솟는 가계부채를 안정화하려면 재난지원금 지원 등 정부의 곳간을 더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부부채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낮기에 재정투입 여력이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반면 ‘빚투(빚내서 투자)’와 집값 상승 등을 가계부채 증가의 주 원인으로 지적하며 정부의 곳간풀기가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이에 가계부채 안정화를 둘러싼 정부와 여당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나라살림연구소가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바탕으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주요 5개국의 민간부채와 정부부채 비율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20년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101.1%로 비교대상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5.6%로 일본(235.1%)과 영국(133.7%), 미국(128.7%), 독일(76.9%)보다 안정적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말부터 2020년 3분기까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증가폭을 보면 △한국 6.4%p △독일 11.8%p △일본 19.7%p △영국 23.2%p △미국 25.7%p 순으로 낮았다.

보고서는 “한국의 부채는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채는 가장 높은 데 반해 정부부채는 낮은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한국이 주요 4개국과의 비교에서 상반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민간부채 정부부채 비중 목표치를 도출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나라살림연구소>

청와대·여당과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의 적정 수준을 놓고 이견을 보여 왔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5월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 비율을 40%선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재부 입장에 문재인 대통령은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확대재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양측의 입장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로까지 확대됐다. 청와대와 여당은 국가채무에 여력이 있다고 판단,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손실보상법 입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나라의 곳간을 담당하는 기재부는 난색을 표했다. 지난 1월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와 재정건전성을 둘러싼 입장차는 정치권 전반으로 번진 상태다. 특히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올해 하반기 재난지원금은 선별 없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난해 1차보다 더 큰 액수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소비를 촉진하고 늘어난 가계부담을 재난지원금으로 보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용 의원이 ‘한국은행의 2020년 국민소득계정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순처분가능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부담금을 제외한 순 기타경상이전(69조5100억원)은 전년 대비 112.8% 늘었다. 이를 놓고 용 의원은 “지난해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전액과 이후 자영업자 등 피해계층에 대한 선별지원금의 상당액이 기타경상이전으로 잡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용 의원은 “순처분가능소득은 약 1022조원으로 전년보다 2.3% 늘었다. 지난해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이 없었더라면 순처분가능소득도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가계 부문 전체의 재정상태를 개선시키기에는 그 규모가 미미하다는 점도 가계부채율의 기록적 악화를 통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거둬들인 세금이 전년보다 더 늘어나면서 정부의 ‘포용금융’ 실행 동력은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6월호’에 따르면 정부의 올해 4월까지 국세 수입은 133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2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이나 대출규제 등으로 대출 총량을 옥죄기 보다는 마련된 재원을 활용해 채무자들의 상환 역량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8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예상보다 늘어난 추가세수를 활용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것을 포함, 경제회복을 위한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달라”며 “어려운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이 활력을 되찾고 일자리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등 국민이 모두 온기를 누릴 수 있는 포용적 경제회복에 온 힘을 쏟아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가계부채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득이 감소한 자영업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투자자금 마련을 위한 신용대출,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 등 그 목적은 다양하다”며 “각 대출의 규모가 큰 만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가계부채를 줄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급등의 주 원인이 주택가격 상승에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은 주택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며 “여타 선진국과 달리 투기 수요를 기반으로 주택가격이 상승, 그 결과 이전에도 가장 위험한 부채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코로나 위기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의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 불거지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축소 해결책을 놓고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떠한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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