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40년 밑그림" 이랜드, 80년대생 등기임원 '시험대'

MZ세대 소통 창구 역할 기대
신소매 등 MZ세대 타깃 사업과 일맥상통

이랜드그룹이 이사회 세대교체를 서두르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이다. 1980년대생을 사내이사로 선임한 것인데, 경영에 MZ(3040)세대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6일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최근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은 각각 등기임원 1명씩 신규 추천했다.

이랜드월드는 기존 전준수 유럽법인 이사회 의장 대신 안영훈 이사를 배석했다. 이랜드리테일에서는 이갑구 CFO가 사임하고 최현진 이사가 등기됐다.

이들은 모두 1980년대생이다. 60~70대 이사가 대부분인 이사회에서 1980년대생은 매우 이례적이다. 유통업계에서도 1980년대생 사내이사는 이랜드그룹이 유일하다.

특히 두 사람 모두 C레벨급 임원이다. 안 이사는 그룹의 인사를 책임지는 CHO(최고인사책임자)이고, 최 이사는 이랜드리테일의 재무를 총괄하는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다. 안영훈 CHO는 이랜드그룹의 인재양성소로 불리는 전략기획실(ESI) 출신이다. 브랜드장을 맡는 등 중국 시장에 특화된 인재로 알려졌다.

2019년 박성경 이랜드재단 이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선 이후 이랜드그룹의 세대교체도 빨라졌다. 당시 3040세대 전문경영인을 전진 배치하기도 했다. 이번 40대 등기임원 선임도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1978년생인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가 대표적인 40대 CEO다. 작년 40주년을 맞은 이랜드그룹은 향후 40년의 밑그림을 만든다는 취지에서 세대교체를 서둘렀다.

MZ세대와 격차를 줄여 소통을 확대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는 사업 방향성과도 딱 맞아 떨어진다. 이랜드리테일은 NC신구로점을 오픈하면서 부캐 '도진아(도심형 진짜 아울렛)'란 가상인물을 내세운 마케팅을 선보였다. 이는 기존 아울렛 오픈 마케팅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호응을 얻었다. 스파오 등 이랜드 패션 브랜드도 MZ세대 겨냥한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중국 사업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세자릿수 성장했는데, MZ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신소매 채널 전략이 주효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랜드는 MZ세대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젊은 조직으로 빠르게 재편 중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대표이사들도 젊고 전반적으로 조직이 젊어졌다"며 "이번 80년대생 등기임원도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수정 기자 / ksj021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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