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정기선 부사장 중심 ‘수소·로봇’ 신사업 속도

창간 9주년/다가온 미래 ‘포스트 코로나’, 기업이 달라진다 <27>
‘수소 로드맵’ 따라 주요 계열사 IPO 잇따라 진행…투자금 마련 목적
조선·정유·건설기계 부문도 수소·로봇사업 진출로 ‘친환경 기업’ 변모

현대중공업그룹(회장 권오갑)이 수소와 로봇 중심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탈(脫) 탄소 시대’로의 변화에 발맞춰 스마트선박, 수소연료전지 등 신규사업을 강화해 친환경 기업으로의 변신을 이뤄낸다는 포부다.

신사업은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정 부사장은 2017년 부사장 승진과 함께 지주 경영지원실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등 3개의 중책을 맡고 있다.

여기에 작년 11월부터는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발족한 미래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미래위원회는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젊은 엔지니어들을 중심으로 수소와 로봇 등 그룹 내 신사업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정유에 로봇·수소 더한다…미래사업 경쟁력 강화 집중

정기선 부사장은 2016년 12월 현대중공업에서 선박 애프터서비스(AS) 사업을 떼 독립한 현대글로벌서비스를 그룹의 알짜 회사로 키워냈다. 이 회사 매출은 2017년 2403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1조9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27%를 기록했다.

정 부사장이 현대글로벌서비스에 이어 주력하는 곳은 현대로보틱스다. 현대로보틱스는 작년 5월 현대중공업지주 로봇사업이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로봇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해온 정 부사장은 KT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직접 유치해올 만큼 현대로보틱스에 애정을 갖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지난달 강철호 현대에너지솔루션 사장을 새 대표로 맞이했다. 강 대표는 현대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를 총괄한 전략통이다. 올 1분기 현대중공업지주에서 유일하게 적자를 낸 현대로보틱스 실적을 끌어 올리고, 내년 예정된 현대로보틱스 IPO에서 적정한 기업가치를 받아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또 다른 계열사의 IPO도 추진하고 있다. ‘수소 로드맵’에 따른 투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이르면 오는 8월 현대중공업을, 내년엔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삼호중공업을 각각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3월 수소 사업 비전을 담은 ‘수소 드림 2030 로드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각 계열사의 인프라와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육상과 해상에서 수소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Value Chain)’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해상풍력발전과 수전해 기술을 활용한 그린수소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수소 운반선과 암모니아 선박을 개발 중이며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연료전지 추진선도 2030년까지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까지 블루수소 10만톤을 생산하고, 2030년까지 전국에 180여개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는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발전사업과 건설기계 장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M&A 마무리 수순…주력 계열사 실적 개선 ‘호조’

현대중공업그룹은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와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연내 이들 기업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조선, 정유화학, 건설기계 등 각 사업부문의 중간지주 체제로 그룹 사업구조가 재편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기선 부사장의 그룹 내 지배력 확장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이사장의 정치권 진출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줄곧 유지해왔다. 그러나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 보폭이 커지면서 소유와 경영이 점차 일원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는 그룹의 주력 사업인 조선과 정유 부문 실적이 개선세로 돌아선 점도 정 부사장의 경영성과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 1분기 현대중공업지주의 연결기준 매출은 6조75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3% 증가했고 영업이익 534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그간 현대중공업지주의 분기 영업이익 최대치는 2017년 3분기 5192억원이었다. 10분기 만에 영업이익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조선, 정유, 건설장비 등 전 부문에 걸쳐 실적이 개선된 점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요 회복에 따른 유가상승과 정제마진 개선, 윤활기유 시황 호조 등으로 영업이익 412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리며, 출범한 이후 분기 최대인 79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한국조선해양의 매출은 3조6815억원으로 조선부문 건조물량 증가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선가 상승에 따른 신규선박수주의 공사손실충당금 감소, 매출 증가에 따른 고정비 부담 감소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67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그룹의 주요 사업인 조선과 정유, 건설장비 등에서 견고한 실적을 거두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며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는 기술 개발과 적극적인 영업 전략을 통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보배 기자 / bizbobae@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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