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황’에도 웃지 못하는 조선3사, 수천억 적자에 후판가 재인상 악재까지 ‘울상’

2분기 한국조선해양 9천억 손실…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도 수천억 적자 예상
철광석 가격 톤당 200달러대 수준…업계 "하반기 후판가 재인상 불가피할 수도"

최근 3년 철광석가격 추이.<자료제공=한국광물자원공사>

국내 ‘빅3’ 조선사가 역대급 수주 호황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올해 실적에 2019~2020년 부진했던 수주 성과가 반영되는 데다, 후판가 인상이란 악재까지 겹치면서 이들 조선사는 2분기에만 수천억원대 손실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반기 후판가 재인상이라는 변수도 남아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797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3% 감소했고, 영업손실액은 897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는 조선 부문에서만 후반가 인상 등에 따른 9000억원 가까운 공사손실충당금을 선반영한 영향이다.

한국조선해양에 이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우울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매출 전망치는 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8% 가량 줄고, 영업손익은 -580억원으로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삼성중공업 역시 2분기 매출 전망치는 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영업손실액은 1400억원으로 적자를 낼 전망이다.

조선3사는 올 들어 최근까지 수주 랠리에 힘입어 2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선주들이 발주량을 늘리면서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인데, 시장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조선업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조선3사의 2분기 실적은 업계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수주물량이 건조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중형선이 1년, 대형선은 2년 정도 걸려 올해에는 1~2년 전 수주성적이 실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의 ‘수주 절벽’ 후유증이 조선사의 올해 실적을 발목 잡은 셈이다.

여기에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상승이 조선사의 손실 폭을 키웠다. 상반기 철강사와 조선사는 조선용 후판가격을 톤당 10만원 인상한 85만원에 합의한 바 있다. 후판이 선박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만큼 후판가 인상은 조선사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실제 올 1분기 한국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44.5% 감소한 675억원에 그쳤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5068억원, 21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 감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후판 등 강재 가격 급등이 원인이 됐다.

문제는 철강사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하반기 후판가를 톤당 115만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 후판가 협상은 통상 6월에 마무리되지만, 조선사와 철강사의 이견이 커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현재까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주 1톤당 철광석 평균 가격은 219.7달러로 1년 전(110.29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로 뛰었다. 철광석 가격은 5월 중순 이후 톤당 200달러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하반기 후판가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이에 따른 충당금을 2분기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조선부문에서만 2분기 896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선반영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강재가가 급등할 것으로 전망돼 예측 가능한 손실액을 보수적으로 반영하면서 일시적으로 적자 규모가 커졌다”며 “원자재가 인상이 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 안정적인 수주잔량을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본격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보배 기자 / bizbobae@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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