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 본격화…실적 뒷받침이 '관건'

주식 액면가 5000원서 1000원으로 무상감자...자본금 80% 감소
자본잠식 위험 낮추고, 유증으로 부채비율 200% 초반까지 축소 예정

삼성중공업(대표 정진택)이 대대적인 경영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잠식을 방지하고,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부채비율을 낮추는 게 골자다.

삼성중공업은 이런 작업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당분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경영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보통주와 우선주의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감액하는 5대1 무상감자를 시행했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의 자본금은 3월 말 기준 3조1506억원에서 6301억원으로 80% 감소했다. 무상감자 기준일은 지난 26일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8월 10일이다.

무상감자는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에서 주식 금액 또는 주식 수 감면으로 자본금을 줄이는 만큼 결손금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이익잉여금 결손은 5040억원에 달한다. 이익잉여금 결손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을 불러올 수 있다. 계속 기업으로서 존립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수년간 손실이 누적되며 삼성중공업의 이익잉여금은 2017년 3조1984억원에서 3년 만인 지난해 301억원으로 줄었다. 이것이 올 들어서는 3월 말 기준 ‘제로(0)’를 넘어 5040억원의 결손금으로 변했다. 경영 활동으로 얻은 누적 이익보다 손실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는 삼성중공업의 오랜 적자가 원인이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1조5019억원의 영업손실을 비롯해 △2016년 1472억원 △2017년 5242억원 △2018년 4093억원 △2019년 6166억원 △2020년 1조541억원 △올 1분기 5068억원 등 7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일단 이번 무상감자로 삼성중공업은 자본잠식 위험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 3조1506억원을 6301억원으로 줄이게 됐다. 감액분 2조5200억원은 자본잉여금으로 편입돼 자본잠식 우려를 해결하게 됐다. 자본금이 6301억원으로 크게 줄면서 -5.9%까지 높아졌던 자본잠식률이 –429.5%로 떨어져 급한 불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이에 그치지 않고 1조원의 유상증자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면 차입금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의 3월 말 현재 장·단기차입금을 포함한 부채총액은 8조7367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69.9%로 2015년 305.6%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향후 유증으로 1조원을 확보할 경우 부채비율은 201.5%까지 낮아진다.

이처럼 무상감자라는 '극약처방'과 유상증자 추진으로 위기 상황으로 치닫던 삼성중공업의 재무구조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실질적인 이익창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금처럼 적자가 계속될 경우 다시 자본잠식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본질적인 수익성 회복이 전제되지 못하면 유상증자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며 “대주주 참여를 통한 성공적인 증자 완료 여부, 중기적으로 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효과의 지속 여부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추가 자본확충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선제적이고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액면가액 무상감자 역시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고심한 끝에 나온 방안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2분기 매출은 1조704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0.8%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영업손익은 –1377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할 전망이다. 다만 3분기와 4분기엔 각각 1000억원 미만의 손실로 적자폭을 축소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보배 기자 / bizbobae@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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