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S 강화에 발전사 부담 3.2조 증가…거세지는 전기요금 인상 압력

한전, 적자전환에도 돈 들어갈 곳은 더 늘어…재무 부담 우려↑
업계, 전기료 인상 없는 RPS비율 상향·REC 개편에 곤혹

한국전력 본사 전경<사진제공=한국전력>

오는 10월 말로 예정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강화를 두고 한국전력(사장 정승일) 등 발전사들의 경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급의무자인 발전사들의 재무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  RPS비율 증가가 자칫 이들의 재무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정부의 탈 탄소 정책에는 공감하면서도 RPS비율 상향에 따라 한전이 최대 3조원 이상의 추가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전기요금 인상론에 더 힘을 싣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국회마저 이 같은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나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21년도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RPS비율 상향에 따른 후속 대책을 주문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공급의무자별로 공급의무량 상향에 대처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다르고 이미 일부 공급의무자들은 종전 기준에 맞춰 발전설비 건설과 REC 매입에 나섰다”며 “이러한 점 등을 고려해 RPS 공급의무자들이 과도한 재무적 부담을 겪지 않도록 향후 합리적인 비율 상향과 더불어 부담 없이 REC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적정한 가격 유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오는 10월 정부에서 시행 예정인 RPS비율 최대 25% 상한 제도가 발전사의 재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RPS 제도는 공급의무자인 설비용량 500㎿ 이상 발전사업자에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게 하는 제도다.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량을 채우지 못한 발전사업자들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를 통해 이 비율을 맞출 수 있다. RPS비율이 높아지면 신쟁에너지 구축에 속도를 내던지 그 만큼 REC를 더 구매해야 한다.

이미 발전사들은 RPS로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 등 발전공공기관들은 지난해 7%의 RPS 비율에서 올해 2%포인트 상향된 9% 의무비율을 배정 받았다. 이에 따라 조달해야 하는 REC는 지난해 3558만8932REC에서 올해 4710만1564REC로 32%(1151만2632REC)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현물 REC가격이 3만~4만원 사이였던 점을 감안하면 다른 변수를 제외한다고 해도 2%포인트 상승에 따른  최소 REC추가 구매 비용은 약 35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지난 4월 20일 공포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라 오는 10월21일부터는  발전사들의 RPS비율은 최대 25%까지 높아진다. 현재 9%에서 25%까지 시한을 정해 비율을 올린다는 목표지만 최대 폭까지 비율이 오를 경우 한전의 부담은 최대 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한전의 RPS 이행정산금이 2017년 1조6120억원에서 지난해 2조2470억원으로 39.4% 증가했다. 같은기간 RPS비율은 4%에서 7%로 3%포인트 상승했다. REC가격의 변동폭을 제외해도 3%포인트 상승시 약 6350억원의 추가 비용이 지급됐다. 

이를 토대로 가정해보면 기존 9%에서 25%까지 RPS비율이 상승할 경우 한전은 6350억원의 5배인 최소 3조2000억원이 넘는 이행부담금을 추가 정산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REC가격 변화, 연도별 적용비율 등 아직 결정되지 않아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결국 RPS비율 상승은 발전사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발전사들은 RPS 의무이행비용을 한전 측에 청구한 후 정산받는 만큼, 관련 비용 상승은 결국 발전공기업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발전사업자들의 부담은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탄소배출권 등을 제외하더라도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

문제는 또 있다. 현재 발전사들은 REC 구매 시 현물가격 보다 비싼 고정거래 가격의 비중이 높다.

여기에 정부가 최근 낮아진 현물가격에 대한 소규모 발전업계의 불만을 해소하고자 장기고정거래시장 중심으로 REC 시장을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발전사들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REC의 20년 장기 고정거래 가격은 올해 1MWh당 7만1947원 수준인 반면, 지난달 평균 REC 현물가격은 고정거래가의 절반도 안되는 3만91원에 불과했다.

발전공기관들은 부채와 영업적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현물 시장가 대비 높은 가격으로 REC를 구매하고 향후에도 더 많은 REC를 구입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재생 사업자들의 수익보전이 어렵다는 이유로 RPS비율 확대와 더불어 REC 현물시장 비중을 더욱 축소해, 장기고정거래 시장 중심으로 REC 시장을 개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향후 발전 공기업의 재무구조는 더 취약하게 만들어 적자폭을 키우고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6개 발전자회사를 포함한 한전은 올해 2분기 또 다시 76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를 1조2000억원대로 추산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전(연결)의 총 부채는 132조4753억원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승현 기자 / shlee4308@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