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신탁계약’ 자사주 매입… ‘주가방어’ 순기능 높아

지속적 밸류에이션 저평가… 중장기적 주주가치 제고 차원

올 들어 증권사들의 자사주 매입이 활발하다. 최근 SK증권과 KTB투자증권이 자사주 취득 결정을 내렸으며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등 대형사들도 자사주 매입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내 증시에서 증권업종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주가 방어 차원의 자사주 매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과 KTB투자증권이 자사주 취득 결정을 내렸다. SK증권은 164억원(1900만주)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2022년 1월13일까지 약 3개월 간 장내매수 방식으로 직접 취득에 나선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통해 유진투자증권과 3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해 3월에도 KTB투자증권은 유진투자증권과 같은 계약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KTB투자증권은 자사주 129만313주를 보유하게 됐다. 당시 발행주식 6716만9262주 대비 1.29%에 달하는 수준이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직전사업연도 기준 배당가능이익에서 △자사주 취득금액 △이익배당·준비금(주주총회 결의) △분기·중간 배당금 및 이익준비금(이사회 결의) △신탁계약 계약금 등을 빼고 자기주식 처분시 취득원가를 더한 만큼 한도가 정해진다. 한도 내에서 회사 경영방침에 맞춰 자사주 매입 규모를 정한다.

이들 증권사의 자사주 매입 계획의 가장 큰 차이는 자사주 매입 방식이다. 매입 방식은 크게 직접 취득과 신탁계약으로 나뉜다. 직접 취득은 회사가 직접 자사주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주로 장내매수 방식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며, 통상 3개월 내 공시된 물량을 소화해야 한다. 일별 매수수량, 주당 취득가액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신탁계약은 자사주를 매입하려는 회사와 증권사가 계약하는 것을 가리킨다. 위탁받은 증권사가 계약기간 내 계약금액만큼 주식을 매입하면 되기 때문에 주로 좀 더 유연한 자사주 매입 계획을 가진 회사가 활용한다. 또 직접 취득할 때와 달리 공시의무가 느슨한 편이다. 월별 취득 수량과 총 금액을 취득상황보고서로 사후 공시하면 된다.

올들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증권사는 4곳이다. 이 중 미래에셋증권, SK증권, 신영증권은 직접 취득할 방침이며 메리츠증권과 KTB투자증권은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SK증권과 KTB투자증권의 주가 흐름을 보면 평균 5~6%대 상승폭을 나타내며 주가방어라는 소기의 목적에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신탁계약이 온전한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6개월 신탁기간 중 위탁 증권사가 계약금액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된 곳이 많아 단기간 주가만 올리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증권업종 중 자사주 신탁계약 미이행 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반면 여타 업종에서는 계약 해지 건수가 162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금액 90% 미달인 곳이 40곳이며, 계약금액 대비 70%를 채우지 못한 곳도 24곳으로 파악됐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증권가에서는 중장기적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도 자사주 신탁계약을 합리적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서 증권업종에 대한 밸류에이션이 오랜 기간 저평가되고 있다”며 “업종 밸류에이션이 정상화가 단기간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신탁계약을 통해 자사주 매입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 후 주식소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주식수가 줄기 때문에 주당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시장에 다시 풀린다면 재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회사가 투자활동을 한 것이지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보기 힘들다”며 “투자자들은 자사주 매입이 소각까지 이뤄지는지 살펴보고 투자에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홍승우 기자 / hongscoop@ceosco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