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경영진단 ⓵] 공기업 절반 이상 윤리경영 등급 하락…LH 등 3곳은 ‘아주미흡’

공기업 36곳 중 18곳이 1년 전보다 윤리경영 등급 하락
LH·한국철도·마사회, 윤리경영 등급 ‘아주미흡’
상임감사 짧은 임기 등에 따른 내부감시 시스템 미흡 지적

기획재정부의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공기업 36곳 중 18곳의 윤리경영 등급이 1년 전보다 하락했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사태를 계기로 윤리경영 지표 평가가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윤리경영 평가에서 공기업 중 최하 등급을 받은 LH를 비롯해 한국철도공사, 한국마사회 등도 ‘아주 미흡’에 해당하는 E+등급을 기록했다. E+등급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곳이 전무했던 작년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윤리경영 평가등급은 A+, A0, B+, B0, C, D+, D0, E+, E0 총 9단계로 나뉜다.

이처럼 공기업 대다수가 윤리경영 부문에서 낙제점 꼬리표를 달면서 공기업의 내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전·인천국제공항 등 공기업 절반 이상 작년 대비 등급 하락

이달 초 발표된 기재부의 ‘2020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보고서’ 총괄요약표에 기재된 36개 공기업의 윤리경영 등급을 집계한 결과, 공기업 36곳 중 18곳의 등급이 지난해 대비 하락했다. 이 중 올해 윤리경영 평가등급이 D+등급(미흡) 이하인 공기업은 전체의 44%(16곳)에 달했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지난해 ‘우수’에 해당하는 B0등급에서 올해 D+등급으로 윤리경영 등급이 2단계 하락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지난해 C등급에서 올해 D+등급으로 윤리경영 등급이 떨어졌다. 한전과 인천공항공사는 각각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방지 시책평가와 내부청렴도 평가 등급이 하락한 점을 지적받았다.

2년 연속 윤리경영 등급이 미흡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곳들도 많았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윤리경영 평가 등급은 지난해 D+에서 올해 D0등급으로 뒷걸음질 쳤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D0 등급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도로공사는 청렴도 평가에서 2년 연속 4등급으로 평가됐고, 언론 등 외부로부터 윤리경영 관련 지적이 지속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직원 땅 투기’ LH, 윤리경영 E0…한국철도·마사회도 E+ ‘낙제점’

LH는 지난 3월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사태 여파로 윤리경영 평가에서 E0등급을 받았다. 이는 공기업 36곳의 윤리경영 평가 성적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기재부는 경영실적 평가보고서를 통해 LH 투기 사태를 두고 “조직 내부의 준법 및 윤리경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 고객만족도 조작 사건으로 사회적 논란을 빚으며 윤리경영 평가에서 D0등급을 받았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낮은 E+등급을 기록했다. 권익위의 외·내부청렴도, 종합청렴도 등급이 1년 전에 비해 일제히 하락하면서 윤리경영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권익위의 공공기관 청렴도, 부패방지 시책평가 결과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연계‧반영된다.

한국마사회는 과거 수 년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윤리경영 평가에서 낙제점인 E+등급을 받았다. 앞서 감사원의 ‘한국마사회 기관 정기감사’를 통해 마사회가 2016~2018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PCSI)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설문조사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기재부, ‘윤리경영 엄정평가’ 현실로…공기업 내부감시 부실 지적 이어져

지난 3월 ‘LH 투기 사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공공기관의 윤리경영 평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올 들어 윤리경영 평가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기재부에서도 지난 6월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 종합등급 발표 당시 “LH 비위행위를 계기로 윤리경영 분야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더욱 엄정하게 평가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층 엄격해진 평가 잣대에 공기업의 윤리경영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이들 기관의 내부감시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제의 주 원인으로는 2년으로 임기가 한정된 현행 상임감사 제도 및 감사직의 순환 보직 등이 지목된다.

주창범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감사직은 대부분 전문성과 거리가 먼 외부인사의 자리로 통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감사가 연임되는 사례도 거의 전무하고, 자연스레 2년의 임기 동안 열심히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동기도 떨어지게 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의 감사 직무는 순환보직으로, 감사 인력들은 추후 부서 이동을 고려했을 때 내부 눈치를 살피며 강도 높은 감사에 나서기 힘든 구조”라며 “결국 여러 상황의 영향을 받으면서 공공기관의 내부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솜이 기자 / cotto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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