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이재용·신동빈 사면론…족쇄 풀릴까

경제 5단체, 청와대에 이재용·신동빈 등 경제인 사면 요청…"위기 극복 위해 기업인 헌신 필요"
이 부회장, 가석방 상태로 해외출장 등 업무 한계…삼성, 하만 인수 후 대규모 M&A 실종
신 회장, 집행유예 상태로 경영 참여 '오너리스크'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을 공식 요청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마저 그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재계 안팎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하긴 했지만 그동안의 태도에 비춰 대단히 유연해졌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현재 한국 경제는 원자재 인플레이션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으로 악재의 첩첩산중에 놓인 상황이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두 총수의 적극적인 경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것이다.

모처럼 청와대에서 재계를 향해 훈풍이 불자, 업계는 이들 총수의 사면이 이뤄질 경우 대규모 인수합병(M&A), 투자, 현장경영 등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8일 석가탄신일에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특별사면’에 이 부회장, 신 회장이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상의,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최근 청와대와 법무부에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사면복권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면서 사면·복권 요청 대상에 이 부회장, 신 회장 등 경제인 10여명을 포함했다.

이들 단체는 “세계 경제가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국가 경제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위기 상황”이라며 “이런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역량 있는 기업인들의 헌신이 필요하다”며 청원 이유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도 최근 열린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마지막 간담회에서 “사면 요청이 각계에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 여부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적 공감대를 전제로 사면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 조치 이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완전한 사면이 아닌 만큼 법원에 수시로 출석해야 하거나 해외 출장 제약이 따르는 등 한계가 분명한 상황이다. 신 회장도 유죄 확정(집행유예) 상태로 경영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총수의 강력한 추진력이 바탕이 돼야 할 대규모 M&A가 지속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는 2016년 미국 자동차부품 업체인 하만 인수 이후 6년째 멈춰 있다. 당시 인수 금액은 약 9조4000억원이다. 이후에도 반도체 경쟁력 강화, 신시장 개척 등을 위한 추가 대형 M&A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졌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그 사이 국내외 경쟁사들은 공격적 M&A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와 국내 파운드리 업체인 키파운드리를 인수했다. 해외에서는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이 약 6조5000억원에 이스라엘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 인수를 앞두고 있다.

2019년 4월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나란히 걷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도 대규모 M&A에 대한 의지는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2분기 회사 차원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M&A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올해 1월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DX 부문장(부회장)이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에서 M&A 실무를 총괄해온 안중현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삼성글로벌리서치로 보직을 이동시켰다. M&A 전문가인 안 사장에게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M&A 밑그림을 그리게 할 것이란 관측이다.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20조7812억원이다. 2017년 말 83조1842억원에서 4년 만에 40조원 가까이 늘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완전한 사면이 이뤄질 경우 대규모 M&A 추진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한 대규모 M&A 등 중대 결단에는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이 부회장 사면을 통한 사법 리스크 해소가 이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도 신 부회장의 사면이 결정되면 헬스케어, 바이오, 모빌리티 등 현재 추진 중인 미래 신사업에 보다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특별사면복권 조치를 통해 우리 사회가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고 보다 높은 차원의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영준 기자 / yjyoo@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