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슈퍼카’ 벤틀리 고속 성장…3대 중 2대는 '법인차'?

올 4월 누적 판매 188대…전년 대비 107% 급증
사업자 포함한 법인 구매 비중만 해도 72% 달해
법인차 관련 규제 부실…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영국 슈퍼카 브랜드 벤틀리가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신기록을 연이어 달성하며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벤츠를 비롯한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가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벤틀리를 선택한 국내 고객 중 법인 구매 비중은 약 70% 수준으로 개인 구매의 3배에 달했다. 차량 1대당 3억원이 넘는 고가의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매한 뒤 개인 용도로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벤틀리의 올해 1~4월 국내 판매량은 18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6.6% 급증했다. 올해 1월과 2월 각각 35대를 기록한 데 이어 3월 52대, 4월 66대로 판매가 계속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국내에서 세 자릿수 성장률을 보인 수입차 브랜드는 벤틀리가 유일하다.

벤틀리의 성장을 이끈 모델은 럭셔리 스포츠 세단인 플라잉스퍼다. 올해 1~4월 104대가 팔린 플라잉스퍼 V8을 필두로 컨티넨탈 GT V8(64대)과 벤테이가 V8(20대)이 벤틀리의 판매를 뒷받침했다. 특히 플라잉스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벤틀리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에 따른 타격으로 역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4월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8만480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이 기간 수입차 시장 1위인 벤츠마저 판매가 6.1% 줄었고 아우디, 폭스바겐의 판매도 각각 46.1%, 26.3% 급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에 대한 높은 수요 대비 낮은 공급으로 인해 차량 가격이 상승하는 일명 카플레이션 현상 때문에 오히려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BMW, 벤틀리, 푸조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들은 신차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벤틀리 플라잉스퍼.<사진제공=벤틀리모터스코리아>
벤틀리 플라잉스퍼.<사진제공=벤틀리모터스코리아>

수입차 시장의 성장이 다소 정체된 가운데 벤틀리가 판매 증가세를 이어간 배경으로는 법인차가 꼽힌다. 올해 1~4월 국내에서 판매된 벤틀리 차량 중 법인 구매 비중은 72.3%(136대)에 육박했지만, 개인 구매 비중은 27.7%(52대)에 불과했다. 벤틀리를 선택한 국내 고객 3명 중 2명은 사업자를 포함한 법인인 셈이다.

법인차는 구매비, 보험료, 유류비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며 정부의 세금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차량 감가상각비는 연간 최대 800만원, 차량 유지비용은 연간 최대 1500만원까지 경비로 인정받는다. 운행기록부를 작성하면 경비를 한도 없이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법인차를 개인 용도로 이용할 경우 업무상 횡령 또는 배임 등 혐의를 적용받지만,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비 법인차 관련 규제가 약해 이를 적발해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고가의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매한 뒤 개인 용도로 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1월 법인차의 번호판 색상을 연두색 등으로 변경해 일반차와 구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가운데 법인차의 사적 유용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카 브랜드가 다양한 신차를 선보이며 국내 고객의 선택 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높은 법인 구매 비중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며 "법인차와 관련된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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