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곳곳에서 전셋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마이너스 갭투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외지인이 사들인 아파트를 웃돈을 붙여 전세로 내놓아도 현지 임대 수요가 많아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2+2)과 전월세상한제(5% 제한) 등의 임대차법 개정 여파로 전세난 이 심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7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현재까지 경남 김해시(143건)·경북 구미시(136건)·충남 천안시 서북구(136건) 등 지방 각지에서 마이너스 갭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 후 직접 거주하지 않고 임대목적으로 전월세를 내놓은 계약들이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그린힐타운' 전용 80.72㎡ 6층의 경우 지난달 5일 1억2500만원에 매매된 직후 동일 매물이 다음날 6일 1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성사됐다.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2500만원 높은 것이다. 또 작년 8월 1억500만원 매매된 경남 김해시 구산동 '구산주공4단지' 전용 49㎡ 4층은 이달 10일 1억1000만원에 신규 전세 세입자를 찾았다.
충남 천안시 두정동 '우성아파트' 전용 59㎡ 12층의 경우 2020년 2월 1억2950만원 매매됐으며, 이달 11일 1억47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경북 구미시 구평동 부영2단지 전용 80㎡ 10층은 올해 3월 1억6000만원에 매매됐으며, 이달 7일 1억7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들 지역은 외지인 매매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시 서북구의 경우 지난 3월 전체 거래 576건 중 외지인은 267건, 서울인은 65건이었다. 경남 김해시는 지난 3월 전체 거래 660건 중 외지인 220건, 서울인 22건으로 나타났다. 경북 구미시는 지난 3월 전체 거래 503건 중 외지인 167건과 서울인 8건이었다.
업계는 이들 지역에 외지인 투자가 몰렸고, 임대차법에 따른 전세난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거래들은 계약 만료 시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이른바 '깡통전세' 우려가 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지방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73.7%로, 수도권 63.6%보다 10.1% 높다. 서울은 57.2%였다. 전세가율은 주택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로, 통상적으로 전세가율이 70%을 넘어서면 위험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택가격이 떨어지고 경매까지 집행될 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어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갭 투자자의 경우 지역에 관계없이 보유금액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찾아내 투자하고 수익만 챙기면 된다"며 "원격지 갭투자는 일종의 서울로 가기 위한 경유지 투자일 뿐, 그렇다면 지역도 별로 의미가 없어진다. 과거보다 탈서울 주택 구입이 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갭투자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전국 비규제지역 중심으로 돈이 몰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세입자 입장에서는 재계약 시점에서 전세 시세에 따라 보증금 회수가 쉽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성희헌 기자 / hhsu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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