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증시불황에 변액보험 ‘직격탄’…금리인상도 부담 가중

증시 불황에 생보 변액보험 초회보험료 68% 감소
늘어난 변액보증준비금, 생보사 순익 감소에 영향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일제히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금리 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투자이익 개선, 고금리 상품 역마진 해소 등 순기능 보다는 증시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액보험 실적 감소가 더 큰 악재로 작용한 영향이다. 향후 추가 금리 상승까지 예고돼 있어 생보사들의 악재는 지속될 전망이다.

16일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생보사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해 2월 1조1475억원에서 지난 2월 3595억원으로 68.7% 감소했다.

◇변액보험, 증시 불황에 효자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변액보험은 납입 보험료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그 성과를 계약자에게 배분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수익률이 높은 변액보험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증시 불황으로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변액보험에 대한 소비자 선택이 대폭 줄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이에 따라 생보사 대표 상품인 변액보험의 판매량이 줄면서 올해 1분기 실적이 전년보다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또 증시 하락으로 인해 변액보증준비금이 늘어난 점도 생보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보험사들은 투자 실적이 악화해도 계약자에게 보증한 최저 보험금 수준을 맞추기 위해 별도의 준비금을 마련해야 한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의 1분기 순이익은 267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5.2% 급감했다. 삼성전자 특별배당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지만, 주가지수 하락으로 변액보증준비금 손실(2130억원)이 늘어난 것도 순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 역시 73.8% 감소한 50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금융지주계 생보사인 푸르덴셜생명과 신한라이프 역시 변액보증준비금이 늘어나면서 순이익이 각각 33.9%, 15.6% 감소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생보사의 1분기 순익 감소는 증시 불황으로 변액보험 판매량이 줄고 보증준비금이 늘어난 영향”이라며 “금리 상승으로 주가 지수가 하락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 큰’ 금리 인상 앞둬…보험 해지률 증가 등 이중고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간담회 이후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4월 상황까지 봤을 때는 고려할 필요가 없었지만,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5월 금융통화위원회 상황을 보고 7, 8월 경제 상황과 물가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2년 만에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0.75~1.0%까지 올랐다.

한은은 이 총재의 빅스텝 관련 발언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한은의 5월 기준금리 인상과 하반기 빅스텝 단행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러한 금리인상은 주가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생명보험 해지율을 높인다는 게 업계가 가진 또다른 고민이다.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 생명보험의 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며, 실업률이 올라가면 종신보험 등 생명보험 일반계정 상품의 해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15일 내놓은 '거시금융환경 변화와 생명보험 해지율' 보고서에서 “2016년 6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상관 계수를 추정해보니 실질 금리와 실업률이 과거 3년 평균 대비 높아질수록 생명보험의 일반계정 해지율은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 수요의 변화로 생명보험의 해약률이 높아질 수 있으며, 갑작스러운 해약률 상승은 실적악화와 더불어 생보사의 유동성 관리를 어렵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의 진화로 빅스텝 가능성은 일단락됐지만, 6월과 7월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에 따른 시장의 우려는 여전할 것”이라며 “높은 물가 상승 가능성과 원화 약세로 한은의 금리인상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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