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제도 변화 기대감에 몰리는 수요…은행 청약통장 ‘들썩’

전용면적 85㎡ 이하 수도권 주택에 추첨제 비중 늘려
기존 가점제 불리해 청약 외면했던 2030 무주택자 ‘돌아와’
서울 청약통장 가입자 4개월째 증가…은행업계, MZ 타깃 청약 마케팅 ‘활활’

윤석열 정부가 아파트 청약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볼 것이라고 밝히면서 2030 무주택자들이 다시 부동산 시장에 몰리고 있다.

이에 올 들어 그간 인기가 주춤했던 주탁청약종합저축 가입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의 높아진 재테크 관심도가 청약통장 가입률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계 역시 되살아난 청약통장 수요를 잡기 위해 10~30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에 한창이다. 젊은 세대의 관심사를 겨냥한 경품을 지급하거나 온라인 콘텐츠로 이목을 끄는 등 맞춤형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 청약통장 가입자수 올 들어 내내 증가세…‘추첨제’ 확대에 무주택자 솔깃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수는 2699만5103명에 달한다. 이 중 서울에서만 625만3492명으로 집계됐다.

전월 2694만1377명보다 5만3726명 늘어난 수치다. 서울 가입자수 역시 전월(624만8317명)보다 5175명이 늘어났다.

청약자수 가입자는 최근 부쩍 늘어났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약통장 인기가 ‘한 물 갔다’는 말까지 나오는 분위기였다. 서울 가입자의 경우 지난해 12월에는 623만5814명으로 집계돼 전월(624만3666명)보다 7852명이나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 가입자 수 역시 2674만8968명에서 2677만2724명으로 2만 명대의 증가세에 그쳤다.

현행 청약 제도 상 투기과열지구에서 85㎡ 이하 면적의 아파트 청약 시 무조건 가점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무주택 기간이 짧거나 미혼, 무자녀인 젊은 청년층의 입장에서는 청약통장 매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거품’이 극에 달하면서 서울 신축 아파트 청약은 ‘로또’ 수준이 돼 버렸고, 당첨이 된다 해도 오른 주택 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 무주택자들의 청약 도전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올 초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올 1월말 서울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623만5865명으로 전월 대비 51명 늘어난 데 이어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뒀던 지난 2월 말에는 서울 가입자수 624만3097명으로 전월 623만5865명보다 7232명이나 늘어나며 반전된 분위기를 암시했다. 전국 가입자 수도 2689만3341명으로 전월(2681만9264명) 대비 7만4077명의 큰 증가폭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청약통장의 인기가 살아난 배경으로 새 정부의 부동산제도 개편에 대한 기대 심리를 꼽고 있다.

새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안의 골자는 추첨제 공급 확대다. 윤 대통령의 공약은 현행 가점제로만 공급되는 85㎡ 이하 주택에 대해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은 물량의 60%, 60~85㎡는 30%를 추첨제로 공급한다는 안이다.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가점제에서 불리한 2030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유리해진다.

◆은행업계, 청약통장 인기에 군불 때우기…“10~30대 잡아라”

신한은행의 고등학생 주택청약 이벤트 광고. <사진=신한은행 공식 유튜브>

3월 대통령 선거 이후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분양 시장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올해 2분기(4∼6월) 전국 아파트 일반 분양물량은 7만272가구로 집계됐다.

다시 달아오르는 청약통장 시장에 은행업계도 반응하고 있다.

청약통장 가입 시 5%대의 파격적 금리를 제공하는 내집마련 적금들도 쏟아진다. 신한은행은 당행 주택청약종합저축에 신규 가입하는 만 39세 청년 고객을 대상으로 당일 ‘신한 마이홈 적금’에 가입하면 최고 금리 연 5.5%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내집마련 더블업’ 적금을 판매 중이다. 가입 당일 당행 주택청약종합저축을 신규 가입할 경우 최대 금리 연 5.00%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신한은행은 올 초 고등학생 고객을 타깃으로 ‘고등학생 청약 페스티벌’을 진행, 2004~2006년생 고객이 주택청약을 가입 시 바우처 등을 지원했다. 또 유튜브를 통해 고등학생 청약 광고인 ‘신청신청’ 시리즈를 제작한 결과 지난 3월 조회수가 100만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NH농협은행은 주택청약저축 가입자를 대상으로 최근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캠핑’ 용품을 경품으로 지급하고 있다. DGB대구은행도 주택청약 가입자에 대해 현금과 기프티콘을 지급하는 ‘주택청약 가입하기 좋은 날’이벤트를 실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청약 제도 개편안이 2030 실수요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최근 들어 청약통장을 찾는 금융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단 무조건적인 기대심리만으로 가입하기보다는 각자의 자산 포트폴리오와 가계소득 수준에 맞춘 내집마련 계획을 세워 적절한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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