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장’ 속 실적 일군 메리츠·하나금투·다올투자…리스크 관리 빛났다

소형 증권사 상상인·BNK투자 등 실적개선 선방
시장환경 변화 선제 대처로 리스크 관리 능력 보여

국내 증권사 올 1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까지 증권사 실적을 견인했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급감하고, 금리인상 영향으로 인해 채권운용 평가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면 업황 악화에도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다올투자증권, 상상인증권, BNK투자증권은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분기보고서를 공시한 증권사 27곳의 영업실적을 살펴본 결과 총 영업이익은 2조4776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89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33.34%(1조2392억원), 34.3%(9867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이처럼 대다수 증권사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다올투자증권, 상상인증권, BNK투자증권 등은 전년동기 대비 실적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이들 증권사는 보수적인 투자전략과 계열사 실적 성장에 힘입어 실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타 증권사에 비해 브로커리지 의존도가 낮다는 점도 실적개선에 도움을 줬다.

메리츠증권은 대형증권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늘어난 증권사다. 올 1분기 영업이익 3770억원, 당기순이익 282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2.47%(924억원), 33.4%(707억원) 증가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트레이딩 부문에서 채권금리 상승에 대비한 포지션 관리로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비상장사에 투자해 호실적을 기록했다”며 “브로커리지 부문은 역성장했지만 수익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실적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올투자증권은 금융계열사 호조에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675억원, 당기순이익은 523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48.68%(221억원), 14.44%(66억원)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인수한 다올저축은행(유진저축은행)은 영업이익 250억원, 당기순이익 188억원을 달성했다. 전체 영업이익 대비 37%, 순이익 대비 35% 수준이다. 대출잔액은 전년대비 2765억원 증가한 3조5905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장 환경 변화에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대비했다”며 “시장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수익구조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상상인그룹에 인수되기 전 100억대 적자기업이었던 상상인증권도 흑자전환 기조를 유지했다. 그룹차원의 계열사 간 시너지를 도모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상상인증권은 올 1분기 영업이익 35억원, 당기순이익 3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2.17%(12억원), 56.52%(13억원) 개선됐다.

반면 실적 감소폭이 큰 상위 3개사는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등이 차지했다. 이들 증권사는 전년동기 역대급 실적으로 인한 기저효과와 함께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운용 평가손실이 발생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실적개선을 위한 사업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유안타증권은 해외주식 시장을 중심으로 리테일 영업 강화에 나섰다. 범중화권 전문증권사답게 대만주식 데이트레이딩, 단주매매, 대만달러 즉시환전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대만 주식 거래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미국주식 실시간 무료서비스, 미국주식 프리마켓 및 시간외 거래 시간 등을 늘리는 등 미국주식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작업 중이다. 최근에는 최대 10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미국주식 담보대출 서비스도 선보였다.

SK증권의 경우 올초 투자은행(IB) 부문의 효율적인 운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IB총괄을 신설했다. 총괄은 SK증권에서 자산관리(WM)부문장, IB부문장, 리테일사업부 대표를 역임한 박태형 사장이 맡았다. 여기에 미래에셋증권 출신 김형종 본부장을 영입해 IB 커버리지를 확대했다. 김형종 본부장은 미래에셋증권 재직 당시 기업금융본부를 이끌었으며 SK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커버리지 2본부를 담당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홍승우 기자 / hongscoop@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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