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2분기 실적 전망 '好好'…변수는 '임단협'

제네시스·SUV 등 고수익 효과 힘입어 수익성 개선 예상
유럽·미국 시장서 경쟁력 입증…테슬라 이어 전기차 2위
임단협 교섭 결렬로 협상 난항…파업 시 생산차질 불가피

현대자동차·기아가 올해 2분기 호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반도체 부족, 화물연대 파업 등 악재로 인한 생산 차질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높은 제네시스, SUV 중심의 판매를 이어간 결과다. 다만 노사의 임단협 결렬로 하투(夏鬪) 우려가 커진 점은 하반기 실적 질주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32조5755억원, 영업이익 2조1399억원이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7.4%, 영업이익은 13.5% 각각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가 분기 기준으로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 2014년 2분기(2조872억원) 이후 8년 만이다.

기아는 올해 2분기 매출 20조1817억원, 영업이익 1조71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15% 각각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실적 신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기아는 지난 1분기 매출 18조3572억원, 영업이익 1조6065억원을 내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현대차·기아의 실적 질주 비결은 수익성이 높은 제네시스, SUV 중심의 판매 전략에 있다. 특히 기아가 올해 1~5월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21만7422대 중 SUV는 11만5820대로 비중이 53.3%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 기간 현대차의 SUV 비중은 33.6%로 전년 동기 대비 6.2%포인트 올랐다.

주력 시장인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 호조를 지속한 점도 주효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1~5월 유럽 판매량은 45만456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 같은 기간 유럽 내 전체 판매가 12.9%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말 기준 유럽 시장 점유율은 10%로 폭스바겐(24.2%), 스텔란티스(19.2%)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경우 아이오닉5, EV6를 필두로 한 전기차 라인업이 판매 성장을 견인 중이다.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 EV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9%를 기록하며 테슬라(75.8%)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사진제공=현대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악재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 점이 현대차·기아의 호실적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대차·기아의 '제값 받기' 가격 정책이 통했고, 평균 판매가격(ASP) 인상과 인센티브 축소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로 대표되는 부품난 등으로 인해 신차의 출고 대기기간이 기본 6개월에서 많게는 1년 6개월 이상이 걸릴 정도로 출고 적체 현상이 심각하다"며 "높은 수요 대비 낮은 재고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생산 원가를 판매 가격에 일부 반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남은 하반기에도 고수익 차종 중심의 판매 전략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기아 노사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가 지난 22일 사측과의 12차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 인상, 정년 연장 등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다음달 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기로 했다.

만약 노조가 파업 수순을 밟을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현대차·기아의 올해 판매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노조는 기아 노조와 공동 투쟁을 예고하며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무분규 타결에 합의한 양사 노조가 올해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선 만큼 임단협 협상은 난항이 예상된다"며 "향후 파업이 현실화되면 생산 차질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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