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2022년은 기업인으로서 가장 의미 있는 해다. 오뚜기가 1969년 창립 이후 53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3조원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뚜기의 매출은 3조1833억원이다. 10년 전인 2012년 1조6866억원의 약 두 배다.
함 회장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재료값 인상 등 대외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라면과 가정간편식(HMR) 등 주력 제품의 성장을 이끌며 매출을 끌어올렸다.
함영준 회장은 창업주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한양대 경영학과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1977년 오뚜기에 입사했다. 이후 오뚜기 대표이사 부사장,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0년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함 회장은 2010년 3월 경영권을 승계 받은 이후 차와 건강식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냉동식품 통합브랜드 ‘스노우밸리’를 론칭했다.
또 레토르트 카레가 주력 상품이던 오뚜기를 라면 회사로도 성장시켰다. 그는 취임 후 라면마케팅 팀을 분리하고 사업 강화에 나서 3년 만인 2013년 라면업계 점유율 2위던 삼양을 제치는 성과를 올렸다. 그가 라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진라면 맛을 리뉴얼했다는 일화는 식음료업계에서 유명하다.
함 회장은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점유율도 굳건히 지켜냈다. 국내 가정간편식의 최초가 오뚜기에서 1981년 출시한 ‘3분카레’ 및 동 시리즈 제품이었던 만큼 해당 시장에서 오뚜기는 일찍감치 강자로 자리잡았다. 함 회장은 이에 그치치 않고 가구 변화와 소비자 동향에 맞는 간편식 라인업을 늘리며 간편식시장 트렌드를 주도했다.
함 회장은 이 밖에 2020년 8% 수준이었던 오뚜기의 해외 매출액을 지난해 2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오뚜기는 국내매출의 의존도가 높아 경쟁 기업들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문제점이 있었다. 함 회장은 주력제품 중 하나인 라면시장이 국내에서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자 해외로 돌려 매출을 확대하며 리더십을 입증했다.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여준 함 회장은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장학 사업과 심장병 어린이 후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고 함태호 명예회장은 오뚜기를 ‘인류에 필요한 기업’으로 만들기를 꿈꾸며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왔다. 1996년 설립된 오뚜기재단은 현재까지 1000명이 넘는 학생에게 약 70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오늘날까지 오뚜기로부터 후원을 받은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수는 5000명을 넘어섰다.
함 회장은 재정투명성 확보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주력하며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함 회장이 2016년 아버지로부터 증여 받은 오뚜기 주식 약 46만주와 계열사 주식 약 2만주에 대한 상속세 1500억원을 성실히 완납했다. 회사의 비정규직 비율도 1.5%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함 회장은 몇 년 전부터는 장애인 기본권 증진에 나서고 있다. 오뚜기는 작년 12월 시각장애인을 위해 업계 최초로 제품에 점자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자회사 ‘오뚜기 프렌즈’의 장애인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 채용하기도 했다.
함 회장은 올해 국내 농가와의 ‘상생’도 추진한다. 함 회장은 신년사에서 “국내 농가와의 상생 협력으로 우리 농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오는 29일 열리는 오뚜기 정기주주총회에 ‘종자, 묘목 생산 및 판매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수익과 무관하게 국내 농가와의 상생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연지 기자 / kongzi@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