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양측은 지난 5월부터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이어왔으나 최근 글로벌 시장의 후판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가격 인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사와 조선사는 조만간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통상 선박 건조 비용에서 약 20%를 차지해 조선업계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후판 가격이 톤당 1만원만 올라도 초대형유조선 3억6000만원, 초대형컨테이너선은 5억원의 원가가 상승한다.
두 업계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후판 가격을 협상한다. 통상 2~3개월 안에 마무리되던 협상이 올해는 두 업계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아 약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수익성 방어를 위해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건설경기 침체와 중국의 철강 수요 감소에 전기 요금 상승 여파까지 겹치면서 국내 철강 시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한 1조1960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태풍 힌남노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가다.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직전 분기보다 각각 5.5%, 7.7%, 25.0% 감소했다.
현대제철도 3분기 실적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제철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6조2832억원, 영업이익 228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2%, 38.8% 줄었다.
철강사들은 4분기 전망 역시 녹록지 않다. 포스코홀딩스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에도 철강 시황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기대했던 만큼 중국 정부나 철강사들의 경영 실적 악화로 중국 철강사 감산이 크게 진행되지 않아 3분기에 이어 4분기도 철강 시황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조선업계는 글로벌 시장의 후판 가격이 하락한 것을 고려해 가격 낮춰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실제 중국산 후판의 경우, 톤당 70만원 후반에 유입되는 등 100만원대의 국내산 후판보다 현저히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산 후판 가격도 엔저 효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상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후판 수입량은 약 129만2220톤으로 전년 대비 90% 이상 증가했다. 중국산 수입량은 47만8920톤으로 전년 대비 120% 가량 늘었고, 일본산도 전년 대비 82% 증가한 79만576톤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조선사의 특징적인 부분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해외 수입산 저가 후판을 사용량을 늘려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가격적 측면에서 중국산 대비 공급에 애로사항이 따르긴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선사 입장에선 저렴한 수입 후판을 두고 상대적으로 값비싼 국산 후판을 사용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양측이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을 상반기 보다 소폭 인하한 90만원 중반대로 최종 합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사와 조선사가 업체 별로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정확한 후판 가격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양측 모두 원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협상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막바지 협상 중이라 연내에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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