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이 모씨는 최근 다이소에 화장품을 구매하러 갔다가 빈 매대만 보고 돌아와야 했다. 인근에 있는 다른 다이소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이 씨는 “투쿨포스쿨이 다이소 전용으로 출시한 태그(TAG) 제품을 구매하려고 돌아다녔지만 없어서 못사고 있다”라며 “온라인 콘텐츠에서 좋다는 후기가 많아 써보고 싶지만 직원들한테 물어도 없다고 한다”고 했다.
최근 이 씨처럼 다이소에서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다이소에 유명 브랜드·제조사 화장품이 다수 입점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다이소가 ‘뷰티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1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경기 침체로 불확형 소비가 번지는 가운데 저렴한 다이소 화장품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화장품은 대표적인 고관여 품목으로, 가격이 높고 사용주기가 길어 잘못 구매했을 때 부담이 커 소비자들이 신중한 소비를 하는 품목이다. 때문에 저관여 상품의 특징인 낮은 가격은 화장품 소비에 있어 선택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이소 화장품은 저가라도 품질이 좋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가코리아 등 유명 제조사를 비롯해 네이처리퍼블릭, VT, 식물원, 클리오, 더샘 등 인지도 높은 브랜드와 협업해 제품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상품의 가격은 최소 500원에서 최대 5000원 균일가로 주머니가 가벼운 10대부터 남성들까지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
화장품 소비를 목적으로 다이소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일각에서는 국내 뷰티시장을 독점중인 올리브영의 대항마로 주목하고 있다.
생활용품부터 식품까지 두루 갖춘 잡화점이다 보니 고객 범주가 넓고 매장수가 많아 접근성이 높은 것도 강점이다. 다이소의 전국 매장수는 1442개점으로 올리브영의 1320여개점 보다 많다.
인기는 실제 매출로도 이어졌다. 다이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색조·기초 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180% 신장했다. 현재 총 25개 브랜드의 250여종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이소 측은 뷰티 판매 호조를 실감하면서도 한 가지에 주력하기보다 전체 상품군을 함께 강화해 잡화점 사업 정체성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다이소는 매장 규모가 큰 곳이라도 화장품 코너 비중을 특별히 더 크게 두고있지 않다”라며 “최근 뷰티제품 흥행이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체 카테고리의 매출이 고르게 신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모든 상품군 판매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다이소의 집객 능력과 한국 뷰티시장의 변화한 소비 경향이 흥행의 요소라고 설명한다.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구매할 때 제조사를 눈여겨보기 시작하면서 가격에서 브랜드 거품이 빠진 다이소 화장품이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가격과 품질을 모두 충족한 점이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지만, 다이소는 이미 집객 효과가 높은 곳이었기도 하다”라며 “이전에는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를 보고 사는 등 브랜드력이 우선이었다면 요새는 실질적인 품질을 좌우하는 제조사 파워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연지 기자 / kongz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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