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고물가 등 카드사의 경영 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현대카드가 1년새 레버리지 배율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업황 악화 속에서 자산 성장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힘쓴 결과다.
3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3분기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은 6.0배로 전년도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전년 대비 레버리지 배율 등락률은 각 카드사 별로 격차가 컸다. 7개 중 4개 카드사의 경우 전년 대비 레버리지 배율이 개선됐으나, 3개 카드사의 경우에는 되레 악화된 것이다.
레버리지 배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타인 자본의 의존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사용된다. 카드사의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자본이 많을수록 레버리지 배율은 낮아지며, 이는 곧 타인 자본 의존도가 낮아 손실 완충력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무분별한 카드대출 확대를 방지하고, 과도한 외형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레버리지 배율 한도에 대해 8배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다만 직전 1년간 배당성향이 30%보다 높은 카드사에 한해서는 7배로 한도를 강화해 적용한다.
7개 카드사 중 레버리지 배율이 개선된 카드사는 △현대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등 4곳이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경우 올 3분기 각각 5.7배, 6.1배의 레버리지 배율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0.3배씩 개선된 수준이다.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해 3.9배에서 0.2배 줄어든 3.7배로 집계됐다.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해 6.7배에서 올해 6.0배로, 1년새 0.7배 가량 큰 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2023년도의 대외 환경 악화를 예상하고, 하반기부터 자산건전성 위주의 영업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금융자산이 소폭 줄어들어 레버리지 배율이 일부 개선됐다”며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고 연체율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는 건전성 개선을 위해 리볼빙 이월잔액과 카드론 등 대출 자산을 줄여가고 있다.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이 1년새 모두 증가한 반면, 현대카드는 되레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현대카드의 9월 말 기준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9656만원으로, 전년 동월(1조2634억원) 대비 23.58% 줄었다. 이 기간 △롯데카드 1조895억원(전년 대비 18.33% 증가) △KB국민카드 1조5562억원(17.68% 증가) △삼성카드 1조3504억원(16.39% 증가) △신한카드 1조6113억원(13.58% 증가) △하나카드 4649억원(9.79% 증가) △우리카드 4543억원(5.91% 증가) 등 카드사의 리볼빙 잔액이 일제히 증가한 것과는 상반된다.
카드론 잔액 역시 지난해 6190억원에서 올해 5212억원으로 7.70% 줄였다. 카드론 잔액의 경우 삼성카드(전년 대비 4.61% 감소)와 신한카드(0.89% 감소) 등도 소폭 줄긴 했으나, 감소폭은 카드사 중 현대카드가 가장 컸다.
전년 대비 레버리지 배율이 오른 3개 카드사 중 가장 큰 폭 상승한 곳은 하나카드였다. 하나카드의 올 3분기 기준 레버리지 배율은 6.1배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5.2배) 대비 0.9배 가량 오른 수준이다.
하나카드의 경우 상승폭은 가장 컸으나, 해당 배율이 오른 뒤에도 여전히 업계 평균 수준을 웃돌았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일부 자산 증대로 인해 레버리지 배율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부분이 있으나, 직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향후 현 수준의 레버리지 배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카드 외에도 롯데카드와 우리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이 소폭 악화됐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은 각각 7.1배, 7.0배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2배, 0.1배 오른 수치다.
전체 카드사 중 7배 규모를 넘어선 곳은 두 곳이 유일했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의 경우 현재 레버리지 배율에 대해 8배 한도를 적용받고 있는 만큼,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드사의 경우 레버리지를 일으켜 사업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해당 배율이 낮은 것만이 무조건적으로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경기가 좋은 시기에 레버리지를 일으킨 후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될 경우에는 국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은 레버리지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해당 배율을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현 시점에서는 가급적 레버리지 배율을 낮추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레버리지 배율이 한계치에 임박한 곳들은 자산 운용에 있어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신용카드학회 학회장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가 좋고 자산 운용을 위해 공격적으로 경영할 때는 레버리지 배율이 높은 것도 나쁘지 않지만, 현재 업황에서는 자산 운용을 많이 한다는 것이 곧 부실이 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금리가 높고 가계소득이 위축된 상황에서 연체나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곧 카드사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레버리지 배율이 높다는 것은 곧 부채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시사하는데, 부채를 상환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 비용을 지불하며 부채를 상환하는 것이 카드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최근 같은 상황에서는 가급적 레버리지 배율이 낮은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 교수는 “레버리지 배율이 높은 카드사의 경우 부채 상환을 빨리 해야 하며, 자산 운용에 있어서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채권 회수 등 일종의 공급 자산 운영에 대한 수위 조절을 하는 쪽으로 레버리지 배율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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