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시중은행의 1인당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자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실적 호조세를 이어간 데다 경영효율화 전략에 따라 비용 절감 노력이 생산성에 반영된 결과다.
특히 국민과 신한의 양강구도를 깨고 리딩뱅크 자리를 넘보고 있는 하나은행이 시중은행 중 생산성이 가장 높았다. 순수 영엽력 측면에선 소매금융에 강점을 가진 국민은행의 활약이 돋보였다.
4일 각 사 경영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인당 평균 충당금적립전이익(충전이익)은 2억6900만원으로 전년 동기(2억2240만원) 대비 21% 증가했다.
1인당 충전이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더한 뒤 판매관리비를 제외한 충당금적립전이익을 전체 직원 수로 나눠 계산한 것으로 은행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1인당 생산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3분기 2억4700만원에서 올 3분기 3억1900만원으로 늘어 1년 동안 29.2% 증가했다. 시중은행 중 3분기 1인당 생산성 지표가 3억원을 초과한 곳은 하나은행 한 곳뿐이었다.
하나은행이 이처럼 생산성이 개선된 건 영업력을 확장해 예년보다 실적이 큰 폭으로 성장한 상황에서 비용효율성 전략을 구사한 덕분이다. 올 3분기 하나은행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한 반면 판매관리비는 5%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충전이익에서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총영업이익경비율(CIR)은 같은 기간 4.8% 감소해 비용 절감 노력이 빛을 발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점포나 임직원 수처럼 정량적 수치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효율적인 경영시스템을 구축해 전사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선 결과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다음으로 1인당 생산성이 높은 곳은 농협은행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2% 증가한 2억6100만원으로 집계됐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시중은행 중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낮았지만 1년 새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치고 3위권에 들어섰다.
이어 국민은행이 29.3% 증가한 2억6500만원을 기록했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5.7%, 8.6% 늘어 시중은행 모두 생산성이 대체로 향상됐다.
생산성과 함께 은행의 영업력 지표로 활용되는 충당금적립전이익만 놓고 보면 국민은행이 우세했다. 3분기 국민은행의 충전이익 규모는 4조4926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4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국민은행이 탄탄한 소매금융 저변을 확보한 결과이다. 특히 내부 전략에 따라 지난해부터 영업시간을 저녁 6시까지 늘리는 등 대면 영업력을 강화한 결과 충전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의 약진도 주목된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의 충전이익은 2조5945억원에서 3조4925억원을 34.6% 증가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시중은행 중 충전이익이 가장 낮았던 농협은행이 영업력을 강화해 우리은행을 제치고 4위 자리에 올랐다.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농협은행도 전국 단위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영업망을 통해 영업력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은행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중은행의 경영효율화 전략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까지는 고금리 기조에 따라 실적 호조를 이어갔지만 당장 내년 고금리 기조가 마무리될 경우 예년과 같은 이자이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낮다. 때문에 비용효율화에 따라 실적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경영효율화를 위해 영업점 대신 대체 점포가 들어서고 있고 은행권에서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따라 업무 전반에 인공지능 기반의 AI 기술을 도입하는 등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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