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회복되고,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한파’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인재 확보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챗GPT가 쏘아 올린 AI(인공지능) 열풍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차세대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갈 인재 유치 경쟁이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
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달 20일까지 D램 설계, HBM 패키지 제품 개발, 첨단 패키지, 품질 보증, 상품 기획 등 총 28개 직무에서 경력 사원을 채용한다. 채용 규모는 미정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우수 인재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고자 채용 문턱을 크게 낮춰다. 반도체 관련 경력 2년 이상 보유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석·박사 학위 기간도 별도 경력 기간으로 인정키로 했다.
이번 경력직 채용은 약 2개월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지원자는 서류 전형, 필기 전형,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최종 합격자는 내년 초 SK하이닉스에 입사하게 된다. 이들은 본사가 있는 경기 이천캠퍼스와 서울캠퍼스(서울 중구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빌딩)를 비롯해 2027년 5월부터 가동을 시작할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재 미국에서 부지 선정이 진행 중인 첨단 패키지 제조 시설 등 국내외 지역에서 근무하게 된다.
경력 채용을 통해 선발된 반도체 전문 인력들은 ‘AI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SK하이닉스의 비전을 주도하는 첨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목표 아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AI Infra(인프라)’ 조직이다. AI 인프라 조직 산하에는 지금까지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Business(비즈니스)’가 신설될 예정이다.
‘AI&Next(넥스트)’ 조직도 새로 신설된다. 해당 조직은 차세대 HBM 등 AI 시대 기술 발전에 따라 파생되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개척하는 패스파인딩(Pathfinding) 업무를 주도할 방침이다.
낸드플래시와 솔루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N-S Committee’ 조직도 만들기로 했다. 낸드, 솔루션 사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될 이 조직은 제품 및 관련 프로젝트의 수익성과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업무를 담당한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미래 선행 기술과 기존 양산 기술 조직 간 유기적인 협업을 주도하고,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CEO 직속 ‘기반기술센터’도 신설키로 했다.
글로벌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도 꾸렸다. SK는 기존 ‘Global Operation TF’를 비롯해 관련 조직과 인력을 ‘Global성장추진’ 조직 산하로 재편한다.
새로 설립되거나 재편된 이들 조직에 우수 인재들을 투입함으로써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선도한다는 게 SK하이닉스의 복안이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당사는 고객별로 차별화된 스페셜티 메모리 역량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가는 AI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 진화,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SK보다 한발 앞서 인력 확충에 나섰다. 삼성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지난달 말부터 이날까지 경력 사원을 모집 중이다.
모집 분야는 △메모리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등 3곳을 포함해 △반도체 연구소 △TSP총괄 △글로벌인프라총괄 △설비 기술 △제조 담당 △어드밴스드패키징사업팀 △혁신센터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등 총 11곳이다.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삼성도 반도체 관련 경력 2년 이상 보유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석·박사 학위 취득(예정)자의 경우 수학 기간을 경력 기간으로 인정해준다.
서류 전형,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쳐 선발된 최종 합격자는 기흥·화성·평택캠퍼스, 천안·온양캠퍼스, 수원캠퍼스 등에서 근무하게 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2월과 5월에도 채용 공고를 내고, △공정 △설계 △소프트웨어 △설비 △인프라 △경영 지원 등에서 경력사원을 채용한 바 있다. 올 9월에는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외국인 경력사원을 최초로 모집하기도 했다.
이렇듯 삼성이 반도체 전문 인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인재를 중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강한 의지와 일맥상통한다.
그간 이 회장은 인재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27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낸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 2월 삼성전자 천안·온양캠퍼스를 찾았을 당시엔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우수 인력 확보를 토대로 글로벌 HBM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호재를 확인한 삼성·SK는 글로벌 HBM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내년도 HBM 생산 능력을 올해보다 2.5배 이상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HBM3와 HBM3E 신제품 사업을 확대 중이다”며 “이미 주요 고객사와 내년 공급 물량에 대한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성능의 D램인 HBM3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에 성공한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HBM3E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올 4월 “하반기 8Gbps HBM3E 제품 샘플을 준비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할 예정이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적극 매진해 전 세계 HBM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5년 간 AI 반도체 시장은 40%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HBM 수요는 연평균 8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장밋빛 전망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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