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F 충격에 충당금도 사상최대…하나·하이투자 ‘1000억원’ 초과 적립

1년 전보다 112.9% 증가…29곳이 충당금 확대  
초대형IB도 대규모 충당급 적립…올해도 부담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이 쌓은 충당금이 1년 전에 비해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부동산 투자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악재로 대형사부터 중소형사까지 충당금을 크게 늘린 영향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 40곳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총 8630억원으로 전년(4053억원) 대비 112.9%나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은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향후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는 금액이다. 대손충당금 적립이 늘수록 순이익이 감소하지만 부실 우려가 해소되면 환입돼 순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

1년 전보다 많은 충당금을 쌓은 증권사는 총 29곳으로 대형사부터 중소형사까지 대부분 충당금 전입액이 증가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기 시작한 2022년에는 일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그렸지만 지난해는 대형사들도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전체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해외 부동산 익스포져가 높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관련 손실이 크게 발생했다”며 “국내 부동산PF 부실위험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부담은 증권사 수익성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하나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각각 1000억원 이상의 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 하나증권의 충당금 전입액은 1237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는데 이는 전년(134억원) 대비 약 9배 증가한 수치다. 2022년 충당금 전입액이 업계 1위였던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도 1154억원을 쌓았다. 1년 전(935억원)보다 23.4% 늘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5곳도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충당금 전입액은 996억원, 84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52.8%, 426.0% 늘었다. 한국투자증권도 26.1% 증가한 476억원을 기록했고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455억원, 미래에셋증권 415억원으로 각각 496.6%, 225.8% 불었다.

지난해 해외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대형사들은 4분기에 해외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관련 충당금을 크게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증권업계 충당금 전입액은 2800억원에 불과했지만 1개 분기 만에 약 6000억원 증가해 863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부동산 관련 손실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손실 인식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국내외 부동산 경기가 회복돼야 손실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만기 연장 등으로 해외 부동산 관련 손실을 막은 증권사도 있고 손실을 전부 반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올해도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유진 기자 / yuji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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