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미포가 주력 선종인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을 앞세워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지만, PC선의 신조선가가 상승하고 있는데다 수주 호조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흑자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미포는 최근 유럽과 중동 소재 선사로부터 PC선 2척씩 총 4척을 연이어 수주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총 64척의 선박 수주를 따낸 가운데 PC선 물량만 48척에 달한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가 지나기도 전에 이미 지난해 PC선 수주 실적(37척)을 뛰어넘었다. 연간 수주 목표(31억달러)도 지난달 기준 33억5000만달러 물량을 수주하며 초과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HD현대미포가 이미 2년 치가 넘는 일감을 수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수주 호황은 PC선의 시황 호조 덕분이다. PC선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한 석유화학제품 운송 수요가 해상으로 쏠렸고, 홍해 사태로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로를 택하면서 MR탱커선(PC선의 일종)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HD현대미포가 건조한 5만DWT급 MR탱커. <사진제공=HD현대미포>
선가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5만DWT급 MR탱커 선가는 2022년 4350만달러에서 이달 14일 기준 5150만달러로 약 18.4% 증가했다. 최근 오넥스가 HD현대미포에 발주한 MR탱커의 척당 선가는 약 5400만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PC선 수주 호황과 선가 상승세에 힘입어 HD현대미포의 흑자전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는 고부가가치 선종 위주로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는 대형 조선사들과 달리 꾸준히 PC선을 수주하며 실적 반등을 모색해왔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274억원) 대비 적자 폭이 대폭 줄어들었다.
HD현대미포는 올해 3분기부터 흑자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HD현대미포는 3분기 영업이익 109억원을 기록해 8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됐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미포는 하반기 흑자로 돌아선 후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며 “PC선 수주에 대한 수익은 2026년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여 단기적으로 선박 건조 역량 회복, 중장기적으로 충분한 수주물량 확보를 통해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