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교섭대표들이 지난달 23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4년 임금협상 교섭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국내 완성차 업계의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에 올해 임금협상을 둘러싼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노동조합이 임금협상 교섭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강경 수단으로 파업권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차 노사가 실무 협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만큼 극적 타결 가능성은 열려 있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24일 오후에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했다. 전체 조합원 4만3160명 중 4만1461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은 96.06%를, 3만8829명이 찬성해 투표자 대비 찬성률은 93.65%를 각각 기록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전날 현대차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하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 현대차 노조는 오는 27일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향후 파업 여부와 교섭 일정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과 함께 경영성과금 350%+1450만원, 글로벌 누적 판매 1억대 달성 기념 품질향상격려금 100%, 주식 20주 지급 등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15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인상과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던 터라 성과급에 대한 노조의 기대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현대차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4%, 54% 증가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53.7% 늘어난 12조2723억원에 달했다. 노조가 원하는 성과급 규모를 단순 계산하면 3조6817억원에 육박한다.
현대차 아산공장 그랜저·쏘나타·아이오닉6 생산라인.<사진제공=현대자동차>
특히 선제적인 정년 연장 도입 관련 안건을 놓고 현대차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노조는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계한 정년 연장(최장 64세)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사회적 합의 없이 정년 연장을 무작정 추진할 수는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대차가 임금체계 개편 없이 현재 호봉제를 유지 중인 생산직의 정년만 연장할 경우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크게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2023년도 단체교섭을 파업 없이 합의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1987년 노조 창립 이래 사상 첫 5회 연속 무분규 기록이다. 만약 노조가 올해 실제 파업에 나서면 2018년 이후 6년 만에 무분규 타결 기록이 깨지게 된다.
현대차 노사가 실무 협의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극적 타결 가능성도 있다. 노조가 지난 13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임금협상 8차 교섭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했음에도 노사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매년 단체교섭에서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파업권을 활용해 왔다”며 “실제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과 업계 파장 등을 감안하면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