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정제공정에 친환경 정제원료 투입을 허용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을 앞두면서 지속가능항공유(SAF)를 비롯한 석유대체연료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SAF 생산 및 유통에 대한 법적 기반이 마련돼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시장 진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2월 공포된 석유사업법 개정의 후속조치로, 오는 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서는 석유대체연료의 종류를 바이어연료, 재생합성연료 등으로 구분해 명시하도록 했다. 또 기존 석유 이외 원료의 제품을 생산할 수 없었던 석유정제업의 범위를 친환경 정제원료를 혼합한 것으로 확장하고,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폐식용유, 바이오매스 등을 친환경 정제원료로 규정했다.
개정안 시행에 따라 국내 정유사가 SAF 사업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구축될 전망이다. 현행 석유사업법에는 SAF가 석유대체연료에 포함되지 않아 국내에서 사업 환경을 조성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으로 SAF의 원료가 되는 바이오연료, 재생합성연료도 친환경 연료로 규정하면서 관련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SAF는 석유 등 기존 화석 자원이 아닌 동·식물성 기름, 폐기물 가스 친환경 연료를 기반으로 생산한 항공유다. 기존 원유 기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80% 줄일 수 있어 탄소 감축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이 탄소중립 가치 실현을 위해 SAF 사용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시장 규모는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SAF 수요는 2025년 80억톤에서 2050년 4490억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2025년까지 EU 27개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급유 시 기존 항공유에 SAF를 2% 이상 섞는 것을 의무화했다. 의무 혼합 비율은 오는 2050년 70% 높아질 예정이다. 미국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에 따라 지난해부터 SAF 사용에 세제 및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도 시장 성장세에 따라 SAF 사업 확장에 속돌도를 내고 있다. 에쓰오일(S-OIL)은 지난 26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탄소 배출 규제에 따라 SAF가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7월과 12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와 바이오 원료 처리에 대해 각각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으며, 규제 올해 1월 바이오 원료를 국내 정유사 최초로 정유 공정에 투입했다. 지난 4월에는 국제항공 분야에서 SAF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ISCC CORSIA(탄소 상쇄 및 감축제도) 인증도 국내 최초 획득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일본 트레이딩 회사 마루베니에 SAF를 공급하며 국내 최초로 SAF 수출에 성공했다. 마루베니에 공급한 SAF는 기존 정유 설비에 석유 기반 원료와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생산됐으며 일본 ANA항공이 사용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인천-LA 노선 대한항공 화물기에 SAF를 급유해 실증 운항을 진행했다. SK이노베이션도 울산콤플렉스에 SAF 생산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은 폐자원 원료 업체인 ‘대경오앤티’의 지분 인수를 통해 SAF 원료 기반을 마련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SAF가 기존 항공유 대비 생산 단가가 높고,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세액 공제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3분기 중으로 석유·항공업계 및 전문가,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SAF 확산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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