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 IFA서 K-가전에 도전장…삼성·LG, 세계TV 입지 ‘위협’

TCL, 세계 최대 115인치 QD 미니 LED TV 전시
“글로벌 대형 TV 시장 트렌드 선도” 자평
하이센스, 163인치 마이크로 LED TV 전면 내세워
중국산 제품 질적 수준, K-가전 견줄 만큼 급성장
삼성·LG, AI 혁신 통해 중국과 차별화 전략

9월 6~10일 닷새 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4’에 마련된 중국 TCL 전시 부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가전 업체들의 존재감이 한층 또렷해지고 있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 참가한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을 집약시킨 TV 및 생활가전 신제품들을 대거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고 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중국산 제품들은 K-가전에 견줄 정도로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가전업체들의 부상으로, 세계 가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IFA 2024에서 중국 가전업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IFA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와 함께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로 꼽힌다. CES가 폭넓은 IT와 소비재 기술, MWC가 IT와 이동통신 생태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IFA는 생활가전에 특화된 전시회다.

올해 IFA에는 139개국, 2200개 이상의 기업과 관련 단체가 참가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참가율이 가장 높았다. IFA에 참가한 중국 업체 수는 1300여 개로, 전체의 절반을 웃돈다.

수많은 중국 업체 가운데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곳은 중국 TCL이다. TCL의 전시 부스에는 전 세계에서 온 관람객들로 북적였다는 후문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TCL은 TV, 냉장고, 컴퓨터, 게이밍기어, 폴더블 스마트폰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가전을 전시했다.

이 중에서도 TCL은 ‘QD(퀀텀닷) 미니 LED(발광다이오드)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TCL은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공개한 세계 최대 크기의 115인치 QD 미니 LED TV를 전시했다.

미니 LED TV는 최근 글로벌 TV 시장에서 프리미엄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는 제품 중 하나다.

미니 LED는 LCD(액정표시장치)의 한 종류로, 크기가 매우 작은 LED를 패널 뒤의 발광체로 사용해 기존 LCD보다 밝기, 명암비 등 성능을 크게 개선시킨 제품이다. 현재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함께 프리미엄 TV로 꼽힌다.

9월 6~10일 닷새 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4’의 중국 TCL 전시 부스에서 공개된 115인치 QD 미니 LED TV. <사진=연합뉴스>

TCL을 중심으로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미니 LED TV 시장 공략은 날로 거세지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 업체 3개사의 올해 미니 LED TV 시장 점유율 합산은 처음으로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중국 3개사가 삼성전자를 추월할 것으로 내다 봤다.

다만 글로벌 미니 LED TV 시장 선두 자리는 삼성전자가 지킬 것으로 점쳤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은 25%의 시장 점유율로 여전히 1위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지난해와 비교해선 17%p나 감소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삼성이 내년에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미니 LED TV를 프리미엄 TV로 점찍었다”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물량 공세를 벌이다 보니 삼성전자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니 LED TV의 프리미엄 제품은 삼성전자의 네오(Neo) QLED TV가 유일했으나 지금은 중국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트렌드포스는 이를 두고 “현 추세라면 내년 TCL의 글로벌 미니 LED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를 앞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TCL은 전 세계 대형 TV 시장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며 자평하기도 했다.

TCL은 “초대형 TV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같은 흐름에 적극 대응한 TCL이 대형 TV 시장 점유율 1위다”고 주장했다.

비단 TV뿐만 아니다. TCL은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종합 가전 업체를 표방하고 나섰다. 유럽인이 선호하는 빌트인 냉장고나 세탁기 등 생활가전, 컴퓨터와 게이밍기어, 폴더블 스마트폰 등을 전시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AI(인공지능) 기반의 에너지 절약 알고리즘을 적용한 에어컨도 선보이며 삼성·LG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9월 6~10일 닷새 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4’를 찾아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K-가전을 이끄는 수장도 TCL의 성장에 주목하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IFA 개막 첫 날, TCL의 전시 부스를 찬찬히 둘러보고, 중국 가전 업체들의 제품 수준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조 사장은 “(TCL이) 기술적으로 정말 많이 좋아졌다”며 “제품의 만듦새나 디자인, 마감 등 전체적인 질적 수준이 높아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 기업을) 정말 많이 따라온 것 같다”며 “중국 업체들은 무서워 할 대상이 됐고, 우리는 경계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중국 가전 업체 하이센스는 전시 부스 입구에 163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전시했다.

또 롤러블 TV를 비롯해 안경 없이도 구현되는 3D TV, 스크린 레이저 TV 등도 선보였다. 특히 8K 화질의 스크린 레이저 TV는 ‘세계 최초’라고 자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게이밍 플랫폼 ‘XBOX’를 위한 스마트 미니 프로젝터도 처음이라고 전했다.

올해 IFA에서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가전 업체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을 스스로 증명해 내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K-가전의 글로벌 시장 내 입지가 위태로워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산 제품과 K-가전이 질적 측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LG는 AI 성능을 대폭 강화한 가전 제품을 앞세워 중국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추격을 허용한 글로벌 TV 시장에 ‘AI TV’를 출시하며 중국 업체들로부터 멀리 달아나고 있다.

AI TV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삼성의 첨병은 압도적인 화질을 자랑하는 Neo(네오) QLED 8K TV다. 신제품에는 지난해 대비 8배 많은 512개의 뉴럴 네트워크와 2배 빠른 NPU(신경망처리장치)를 탑재한 3세대 AI 8K 프로세서가 장착됐다. 해당 AI 프로세서는 역대 삼성 TV 프로세서 중 최강으로 일컬어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게임 등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콘텐츠 화질 또한 TV의 고해상도에 비례했으면 좋겠다는 소비자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프로세서 개발에 힘써 왔다”며 “최신 AI 프로세서는 삼성 TV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신 딥러닝 개발 처리를 고도화 하며 SoC(시스템온칩) 기술력을 집대성한 칩이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Neo QLED 8K TV. <사진=삼성전자>

3세대 AI 8K 프로세서는 저해상도 영상을 8K급으로 업스케일링해 준다. 이에 따라, TV 시청자는 한층 더 선명한 화질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뉴럴 네트워크를 통해 시선이 집중되는 부분의 사물이나 인물, 특정 영역을 분석하고, 명암비를 강화해 3차원 깊이감을 더하는 ‘명암비 강화 프로’와 스포츠 종목을 자동 감지해 공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보정하는 ‘AI 모션 강화 프로’도 지원한다.

삼성의 강력한 AI 업스케일링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글로벌 소비자 2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화질 선명도 체감 결과, 4K 콘텐츠를 신형 네오 QLED 8K TV로 시청하는 경우 8K 콘텐츠 해상도의 90% 수준의 선명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네오 QLED 8K TV를 통해 HD·FHD·4K 콘텐츠를 시청하는 경우 네오 QLED 4K TV보다 평균 1.8배 해상도가 개선되는 것으로 인지했다.

전 세계 OLED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LG전자는 올해 98형 QNED TV를 처음 출시하는 등 OLED와 함께 QNED TV를 앞세운 ’듀얼 트랙‘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2024년형 LG 올레드 에보 시리즈에 적용되는 알파11 프로세서는 지난해 알파9 프로세서 대비 4배 향상된 AI 딥러닝 성능을 갖췄다. 기존에는 프레임 단위로 영상을 분석해 업스케일링 했다면, 알파11은 프레임 내 픽셀 단위까지 더욱 세밀하게 보정한다.

알파 11은 LG TV 중 최초로 넷플릭스 등 OTT 콘텐츠까지 프레임 내 픽셀 단위로 화질을 보정한다. 웜톤이 많이 쓰인 화면에서는 빨간색과 노란색을 더 선명하게 표현하는 등 원작자의 의도를 잘 느끼도록 화면을 분석해 색을 적합하게 매만져준다.

LG전자 2024년형 LG 올레드 TV. <사진=LG전자>

QNED TV 라인업 중 미니 LED(발광다이오드)를 적용한 LG QNED 에보에는 알파8 프로세서가 적용됐다. 알파7 대비 1.3배 강력한 AI 성능으로 각 장면을 세분화해 밝기를 세밀하게 조절하고, 영상 장르와 화면 속 인물 등을 분석해 화질을 알맞게 보정한다.

일반 LCD TV 대비 64배 높은 명암 표현력을 기반으로 영상 속 명암의 단계를 100만개로 정교하게 구분해 표현한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2024년형 LG 올레드 TV와 QNED TV는 더 강력해진 AI 프로세서와 더 고도화된 웹OS 플랫폼을 탑재했다”며 “글로벌 고객에게 다른 TV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압도적인 시청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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