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IRA 보조금 존폐논란…“K-배터리, 북미 투자 가속화”

IRA 폐지 외친 트럼프…“상하원 지지받기 어려울 것”
업계, 완전 폐지보다 보조금 대상·규모 축소 가능성↑
K-배터리, 북미 지역 투자 지속해 현지 공급망 구축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국 4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존폐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K-배터리 3사는 기존의 투자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IRA의 일부 규제가 폐지되더라도 미국 내 전기차 수요 증가와 탈중국 공급망 강화라는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K-배터리 3사는 북미 지역에 대한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배터리 3사는 미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핵심 시장인 북미 지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IRA가 일부 축소될 가능성은 있지만 완전 폐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이차전지 업체의 투자가 집중된 수혜지역이 IRA 전면 폐지를 주장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속된 공화당 우세 지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켄터키, 테네시 등 미국 전기차·배터리 공장이 건설 혹은 가동 중인 10여개주 대부분이 전통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이거나 경합주다. 설령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IRA 폐지 법안을 입법해도 상원, 하원을 통과해야 한다. 이때 IRA가 공화당이 장악한 지역구에 더 많은 신규 투자를 유발한 만큼, 지역 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무시하고 IRA 폐지 법안을 찬성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후원 세력인 미국 석유 업계를 비롯해 미국 여러 산업군에서 IRA 유지를 지지하면서 IRA 전면 폐지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들 산업은 IRA의 혜택을 기반으로 한 전환 정책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법안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엑손모빌, 필립스66,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등 주요 석유 대기업은 IRA가 저탄소 에너지 프로젝트에 수십억 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최고재무책임자는 이달 초 투자자 설명회에서 올해 IRA를 통해 8억 달러 상당의 이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왼쪽부터) LG에너지솔루션 오창에너지플랜트·삼성SDI 헝가리 법인·SK온 미국 조지아 1공장 전경. <사진=각사>

이에 따라, K-배터리 3사는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해 배터리 공급망을 안정화시키고 미국 내 전기차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보조금 정책의 큰 틀은 유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창범 LG에너지솔루션 CSO(최고전략책임자)는 “현 정권이 유지되면 기존 IRA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고, 정권이 교체된다면 전기차(EV) 성장세 완화 리스크로 작용한다”며 “정당을 불문하고 중국 견제 정책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 기업의 시장 진입이 더 어려워질수록 당사의 입지는 견고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현지 공장을 통해 북미 지역 차세대 전기차(EV) 시장 수요에 직접 대응할 방침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오는 2028년부터 애리조나 공장에서 양산한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LG엔솔은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애리조나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 LFP 배터리. <사진=삼성SDI>

삼성SDI도 북미 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은 “미국 내 추가적인 거점 진출에 대해서 스텔란티스, GM 이외 OEM(완성차 업체)과 미국 내 합작법인, 단독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며 “자동차 전지 외에도 ESS 등 회사 중장기 성장 전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연내 스텔란티스와의 합작회사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1공장을 조기 가동해 첫 배터리 셀 양산에 나선다. 또한 2027년까지 2공장과 GM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향 ESS용 LFP 배터리 개발에도 착수했다. 삼성SDI는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대형화 셀 검증을 마쳤고 현재 울산 사업장 내 마더라인을 구축했다. 삼성SDI는 각형 폼팩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업계 최대의 셀 사이즈를 구현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차별화된 공법과 셀 설계를 적용해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와 장수명 특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SK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도 IRA 전면 폐지를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SK온 관계자는 “IRA와 관련해 비우호적인 움직임이 있더라도 보조금 대상 차량 축소, 보조금 예산 제한 등 제한적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SK온은 전기차용 배터리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전기차 외의 신규 배터리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탈중국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맞춰 현지 생산능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내년에는 미국에 위치한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와 현대차와의 합작법인 ‘HMG 북미 JV’가 가동을 시작하면서 북미 지역에만 총 55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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