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계엄 및 탄핵 정국 장기화 영향으로 1400원대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정유 업계에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원유를 달러화로 수입해 석유제품으로 판매하는 국내 업계 특성상 환율 상승시 환차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외환 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원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1426.9원을 기록했다. 전 거래일 오후 종가(1437원) 대비 10.1원 내린 수준이다.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된 가운데,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환율 상승세가 억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개장 전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 “과도한 시장 변동성에 대해서는 시장심리 반전을 거둘 수 있을 만큼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달러·원 환율은 높아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연일 급등락을 반복 중이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 계엄을 선포하자 환율은 야간 거래 기준 1446.5원까지 치솟았고, 2차 계엄 의혹이 불거진 지난 6일에는 한때 20원 가까이 치솟으며 1429.2까지 고점을 높였다.
시장에서는 지난 7일 탄핵 소추안 부결로 정치적 혼란이 길어지면서 당분간 달러 원·환율 불확실성도 지속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달러·원 환율에 대해 “당분간 (내란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지금 환율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장이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서 환율 부담이 큰 국내 정유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통상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하지만, 연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 전량을 달러화로 수입해 석유 제품을 재수출하는 국내 정유사는 환차손 부담을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전량 달러로 사들이는 정유사는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환율 상승 시 원유 구매 부담이 커지면서 환차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수출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이 업계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1~3분기 에쓰오일의 수출 매출 비중은 약 55%(15조1417억원),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약 77%(18조612억원)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정유업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하락은 정유사의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져 수익성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7월 첫 주 배럴당 86.83달러에서 이달 첫 주 배럴당 72.19달러까지 하락했다.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침체와,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 비OPEC 산유국 공급이 급증한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통화 정책 완화, 중동 지정학적 불안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유가 변동성이 높은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환율 뿐만 아니라 정유사의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유가와 정제마진이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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