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 중국 CATL이 유럽 내 생산공장을 추가로 짓는다. 이에 독일, 헝가리에 이어 스페인까지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배터리 생산 거점을 더욱 늘리게 됐다. 특히 CATL이 단독 공장 형태로 독일, 헝가리에 진출한 것과 달리, 이번 스페인공장은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 형태로 진행돼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CATL은 유럽 내 생산 거점 확대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 EU의 제재를 우회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러한 CATL의 유럽 현지화 전략이 가속화하면서 K-배터리를 향한 위기론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유럽 시장이 예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놓고 있는 중국 배터리에 주도권을 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스텔란티스와 함께 스페인 내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실제로 CATL은 이날 스텔란티스와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체결식에는 존 엘칸 스텔란티스 회장과 로빈 정 CATL 회장 등이 참석했다.
CATL과 스텔란티스는 지분 50대 50으로 스페인 북동부 사라고사 지역에 41억유로(약 6조1800억원) 규모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합의했다. 이 공장은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최대 50GWh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엘칸 회장은 “이번 CATL과의 합작 투자는 이미 청정 및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스텔란티스에 혁신적인 배터리 생산을 더해줄 것이다”며 “다양한 각도에서 지속 가능한 접근 방식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우리의 첨단 배터리 기술과 사라고사 현지에서 수십 년간 사업을 운영해 온 스텔란티스의 경험이 결합해 큰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낼 것이다”고 강조했다.
CATL이 스페인공장 투자에 나서면서 유럽에서만 3개의 생산기지를 마련하게 됐다.
현재 CATL은 18억유로를 투자해 독일 튀링겐주 아른슈타트시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 공장은 연간 14GWh 규모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24GWh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두 번째 공장은 헝가리 데브레첸에 위치해 있다. 이 공장은 최대 100GWh 규모로, 약 73억유로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CATL은 현재 기계 및 전기 설비 건설을 진행 중이고, 2025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이번 스페인공장까지 건립하는 CATL은 유럽에서 최대 174GWh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CATL은 유럽 공장을 통해 EU가 추진하고 있는 중국 견제에 벗어나려는 구상이다.
EU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집행위)는 중국산 전기차에 17.8%부터 최대 4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중국 배터리 전기차 밸류체인이 불공정한 보조금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게 EU 집행위의 설명이다.
그러나 CATL은 독일, 헝가리, 스페인 등에서 생산 공장을 확보하면서 관세 등의 중국산 견제 리스크를 줄이게 됐다.
CATL의 유럽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K-배터리 3사는 고객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 직면하게 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기업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1.8%에서 지난해 1~7월 40.1%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한국 기업 점유율은 2021년 70.6%에서 지난해 1~7월 57.0%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CATL은 고공행진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의 1~10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36.8%를 기록했다. 이는 K-배터리 3사의 점유율(20.2%)을 더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저렴한 LFP 배터리를 내세운 CATL이 유럽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K-배터리 3사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말부터 르노에 파우치 LFP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SK온도 이르면 2026년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상용차에 최적화된 LFP+ 배터리 개발과 함께 2026년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추진 중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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