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 D-7’, 경영권 분쟁 아직도 ‘팽팽’ …국민연금 누구 손 들어줄까 ‘주목’

영풍·MBK 손잡고 임시 주총까지 134일
공개매수로 지분 다툼에 법적 공방까지
사모펀드 한계·오너 경영 부작용 불거져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의견도 제각각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가운데)과 박기덕 사장(오른쪽)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중대 분수령이 될 임시 주주총회가 이번 달에 열린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아직도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안개속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MBK가 장씨 일가 및 영풍과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돼 의결권을 공동 행사한 지 127일이 흘렀다. 오는 23일이면 총 134일 간 경영권 분쟁의 최종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사>

◇75년 동업 파기…고려아연 경영권 줄다리기 이어져

고려아연과 영풍이 75년간 이어진 동업 정신은 3세 경영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희석됐다. 그러다 지난해 9월 12일 장씨 일가 및 영풍이 MBK와 콜옵션 계약을 체결하고 의결권 공동 행사를 추진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풍·MBK는 최대주주·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공개매수를 추진했고, 고려아연은 영풍이 약탈적 기업사냥꾼 이자 투기자본과 결탁해 적대적 M&A를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풍·MBK가 불붙인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통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크게 확산됐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12일 고려아연 주가는 55만6000원에 그쳤지만, 10월 29일 장중 154만3000원을 기록할 정도로 주가가 급등했다.

당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박기덕 사장, 장형진 영풍 고문,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이 기자회견, 인터뷰 등을 통해 입장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의 주장에 대해 반박에 재반박을 했고 각종 가처분 신청,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법적 대응을 추진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의 지속가능성 위협…사모펀드 한계 VS 오너 경영 부작용 

고려아연은 영풍·MBK를 향해 사업 역량 및 제련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 등을 언급하면서 고려아연의 지속가능성에 위협이 된다고 꼬집었고, 영풍·MBK는 최 회장이 자리 보존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한창 추진 중이던 지난해 10월 고려아연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는 일반적으로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당시 고려아연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면서 소액주주, 기관투자자 등의 우려와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까지 일련의 과정이 최윤범 회장의 전횡이라고 평가했다. 영풍·MBK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운영 및 감독 체계인 ‘거버넌스’가 얼마나 훼손됐는지를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경영 능력을 지적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조업정지 58일 처분 등을 받고 지속적으로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에 관여하게 되면 영풍의 석포제련소의 환경·조업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고려아연 자원을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다.

고려아연이 영풍보다 경영 성과 측면에서는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이에 고려아연 내부에서도 최 회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기술진은 성명서를 통해 최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성명서를 통해 “투기적 사모펀드 MBK와 심각한 환경오염 및 적자 등에 시달리며 실패한 기업 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고려아연은 미래가 없다”며 “국가기간산업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이해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경영을 논할 자격도 없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본사 입구. <사진=고려아연>

◇팽팽한 접전 속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도 갈려…집중투표제 통과 관건

고려아연과 영풍·MBK 진영간 경영권 다툼은 임시 주총 직전까지도 이어질 양상이다. 양측이 내놓은 안건에 대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엇갈리면서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 글래스루이스 간에도 의견이 나뉘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전 세계 의결권 자문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인 중 60~70%가 ISS 의견을, 나머지가 글래스루이스 의견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우선 고려아연 측의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해 ISS는 반대를, 글래스루이스는 찬성을 권고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후보 투표 시 소수주주가 의결권을 특정 후보 1명 또는몇명에게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반투표제를 적용할 때보다 이사 후보 투표 과정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ISS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반대하며 “일반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에게 유리한 제도지만 이번 경우에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글래스루이스는 “집중투표제는 특정 지배 주주를 과도하게 우대하기보다는 더 광범위한 주주 기반을 대표하는 이사회를 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사 수 제한에 대해서는 ISS와 글래스루이스 모두 동의했다. 이사 수 규모가 과도하게 확대되면 의사결정이 마비되고 이사회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 모두 공감을 타나낸 것이다. 다만 ISS는 고려아연 측 추천 이사는 모두 반대, 영풍·MBK 측 후보 4명에게만 찬성 의견을 냈고, 글래스루이스는 영풍·MBK 측 이사를 모두 반대했지만 고려아연 측에서 제안한 후보 전원에 찬성 의견을 냈다.

국내 3대 의결권 자문기관도 의견이 엇갈렸다. 한국ESG기준원(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한국ESG연구소(전 대신경제연구소), 서스틴베스트 중 서스틴베스트와 한국ESG연구소는 집중투표제에 찬성을, 한국ESG기준원은 반대를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집중투표제 도입 찬성과 관련해 “소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국ESG연구소도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은 일반 주주에게 캐스팅 보트 역할을 부여할 것이다”며 “결과적으로 일반주주 권익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ESG기준원은 “최대주주 및 이에 버금가는 2대 주주에 소유구조가 집중된 경우, 오히려 소수주주권이 제한되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며 “집중투표제의 도입취지 및 목적과 더불어 고려아연 지분구조에 따른 집중투표제의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해당 조항 변경의 필요성 및 타당성이 현 시점에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 전경. <사진=연합뉴스>

◇지분 5% 보유, 국민연금 결정 중요해져

이처럼 의결권 자문사 간 의견도 엇갈리는상황에서 국민연금의 결정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14일, 28일 두 차례 지분을 장내 매도하면서 4.51%로 줄였지만 여전히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 중 하나로 꼽힌다.

임시 주총을 앞두고 핵심 쟁점으로 주목받는 집중투표제가 가결되면 영풍·MBK 측보다 고려아연 지분이 적은 최 회장이 유리하다. 현재 영풍·MBK 측 지분은 40.97%,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약 33~34%로 추산된다. 집중투표제는 특별안건으로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고려아연과 영풍·MBK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수탁 법인을 선임해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의결권 위임을 받고 있다. 의결권 대리인은 주총에 직접 참여할 수 없는 주주를 대신해 특정 안건에 찬성, 반대 또는 기권 의사를 대신 행사하거나 의결권 행사 관련 자문을 제공한다. 이는 소액주주의 한 표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한 것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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