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뉴딜 그린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지원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나섰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발 석유·가스 생산량 증가에 따른 업황 회복을 기대하는 동시에, 관세 인상, 고환율 지속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에너지 개발을 활성화하고, 에너지 가격 안정화 및 수출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우리는 물가를 낮추고, 전략비축유를 다시 가득 채우며, 에너지를 전 세계로 수출할 것”이라며 “우리는 다시 부유한 국가가 될 것이며, 우리 발밑의 이 ‘액체 금’(석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과거 탄소시대의 부활을 선언했다.
트럼프는 반면 신재생 에너지 정책은 폐지, 축소키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대규모 풍력 발전소 임대를 중단하고, 탄소 감축을 위한 국제 협약인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다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뤄진 ‘전기차 의무화 정책’도 종료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대선 과정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따른 배출가스 규제 및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의 자동차 산업을 구하고 위대한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 속도를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에쓰오일 울산 공장 전경. <사진제공=에쓰오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에도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우선 정유업계는 국제 유가 안정화에 따른 석유 제품 수요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산 원유 생산량 증가로 유가가 하락하면 유 제품 수요가 늘면서 장기적으로 정제마진도 함께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영비 등을 뺀 갑으로 정유업계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실제 이날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하향 전환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76.89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3% 하락했다.
법무법인 지평은 최근 ‘트럼프 당선이 한국 경제 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오일 생산 확대, 석유 업체에 대한 규제 및 세금 완화, 연방 토지 내 시추 허가 확대 등 화석연료 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산업 지원 정책을 추진해 국제 유가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며 “친환경 투자 부담 축소가 국내 정유업계에 우호적인 영업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환율과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관세 인상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상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탄핵 정국 장기화로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넘게 1450원대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라 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통상 달러로 원유를 수입하는 국내 정유사 특성상 원유 구매 부담이 확대되고, 환차손 발생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대한석유협회는 “원유수입 시 은행이 우선 수입처에 대금을 지급하고 일정기간 후 정유사가 은행에 대금을 상환하는 구조인데, 환차손이 발생해 경영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며 “위기 상황이 지속된다면 설비가동률과 투자 축소 가능성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꾸준히 석유화학 에너지 사업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된 흐름”이라며 “원유 공급 증가로 유가가 안정화되면 정제마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트럼프 1기 때도 미중 무역분쟁으로 정제마진이 좋지 않았다”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칠 경우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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