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와 MG손해보험 노조(이하 노조)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의 매각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MG손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메리츠화재가 선정됐지만 예보와 노조 사이의 간극이 점차 커지면서 여태 실사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예보는 매각이 어려워지면 MG손보 청·파산을 통해서라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노조는 ‘부실금융기관 처분 마지막 단계인 청·파산 방식을 통해 대국민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만일 청·파산이 이뤄지면 MG손보 보험계약자는 5000만원 예금보험금 한도 내에서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 16일 MG손보 매각과 관련해 “약 3년 간의 매각 추진 과정에서 유효한 입찰자는 메리츠화재가 유일한 바 추가 매수 희망자를 찾는 것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MG손보 매각이 어려울 경우 보험계약자에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청·파산 방식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보험사는 부실 여부를 떠나 영업이 생명이고 꽃”이라며 “금융위와 예보는 만천하에 공개하는 보도자료에 ‘청·파산’을 무려 16차례나 언급하며 MG손보의 영업 현장을 처참하게 짓밟고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행위를 자행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굴레 갇힌 MG손보…20년간 부실기관 지정만 '세 번'
MG손보의 신지급여력(K-ICS, 이하 킥스)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 43.4%를 기록했다. 이때 손보사 킥스비율 평균은 227.1%를 기록했다. 킥스비율은 새 보험회계 제도인 IFRS17 하에서 자본 건전성을 가늠하는 기준인데 금융당국 권고치는 150% 수준이다.
이런 MG손보 부실의 역사는 24년 전인 2001년 ‘국제화재해상보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제화재해상보험은 대한화재, 리젠트화재 등과 함께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상태였다.
이후 금융당국 주도의 매각을 통해 근화제약에 인수되면서 ‘그린화재해상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08년에는 그린손해보험으로 사명을 다시 변경했다. 이후 2012년 또 한 번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공개 매각에 올라 2013년 자베즈파트너스-새마을금고 컨소시엄에 팔렸다.
이때 사명을 MG손보로 다시 바꿨지만 재출범 뒤에도 경영난에 허덕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고위험 포트폴리오의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부실화된 그린손보 계약을 이전받은 게 영향이 컸다. IFRS17 이전에 보험사 자본 건전성을 나타낸 지급여력비율(RBC)은 2021년 말 기준으로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인 100%보다 낮은 88.28%에 불과했다.
이에 MG손보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명령을 받고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또 한 번 지정됐다. 참고로 우리나라 부실금융기관 제도는, 금융위가 부실금융기관을 지정 및 정리하고 예보가 자금 지원 및 경영관리를 담당하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
◇ “매각 완료 빠르면 4월” vs “야합 결과물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철회”
예보와 노조가 만든 이번 파열음의 직접적인 원인은 ‘MG손보 매각을 위한 실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데 있다. 예보는 MG손보 부실금융기관 매각을 마무리하기 위해 실사를 진행해야만 하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고용승계 요구의 저지선으로 실사를 최대한 거부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예보는 ‘MG손보 노조가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철회를 주장하고, 실사를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MG손보 노조는 ‘지난 9일, 총 14명의 인원이 MG손보에 무단으로 입점해 실사를 위한 공간과 전산장비 설치, 회사 내부망 연결을 요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보 관계자는 “MG손보 노조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MG손보 관리인과 협의해 실사 방안을 모색 중이며 MG손보 노조에 대한 법적 조치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며 “메리츠화재가 이번 매각에서 철수할 경우 4차 공개 매각, 기존 보험사 계약이전, 예금보험금 지급 후 청·파산 등의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각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인 메리츠화재와 협상을 거쳐 2~3개월 이내에 기본합의서를 체결할 계획”이라며 “이때 매각 완료 시점을 오는 4~5월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MG손보 노조 측은 “메리츠화재는 말 그대로 우선협상대상 지위에 있다. 예보와 메리츠화재는 마치 인수 확정 결정이 된 지위에서 요구할 수 있는 직원 신상정보, 영업기밀, 상품 기초서류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현행법에 저촉되는 자료를 제공할 경우 금융위, 금감원, 예보는 책임진다는 확약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과정의 정당함과 결과의 당당함을 요구한다”며 “야합에 결과한 메리츠화재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철회하고 정당한 과정과 당당한 결과를 소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보험사를 정리함에 있어 계약이전이나 청산 방식이 고려된다. 계약이전 방식이 적용되면 계약조건의 변경 없이 보험계약이 모두 부실 보험사를 인수한 타 보험사에 전액 이전된다. 또 청산 방식이 적용되면 보험사는 부실로 사라지고 보험계약도 모두 해지되지만 예보가 5000만원을 한도로 보험계약자를 보호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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