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건조한 2만4000TEU급 이중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사진제공=한화오션>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2조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수주에 성공했다. 약 10년 만에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데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대한 반사이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대만 글로벌 해운사인 에버그린으로부터 2만40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수주 금액은 한 척당 3881억원으로 총 2조3286억원에 달한다. 이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기준 업계 최고가다.
이번에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길이 400m, 너비 61.5m 규모다.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추진 엔진과 함께 축발전기모터시스템(SGM), 공기윤활시스템(ALS) 등 한화오션의 최신 친환경 기술들이 적용된다.
한화오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건조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1만7000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358척이다. 이 중 한화오션은 단일조선소 기준으로 가장 많은 72척을 건조해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셔틀탱커 9척을 수주했다. 계약 규모는 총 1조9355억원으로 2023년 매출(8조94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셔틀탱커는 해양플랜트에서 생산한 원유를 해상에서 선적해 육상의 저장 기지까지 정기적으로 실어 나르는 원유 운반선이다. 해상 선적 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첨단 위치제어 장치’를 탑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995년 국내 조선업 최초로 셔틀탱커를 건조한 바 있다. 이번 수주를 포함해 2016년 이후 최근 10년간 전 세계에서 발주된 51척 중 29척을 수주함(57%)으로써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셔틀탱커.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양사의 이번 대형 수주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춘 데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2년 이후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시장은 중국 조선소가 낮은 인건비를 앞세운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주도해왔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번 계약을 성사시켰다.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물량은 당초 한국과 중국 조선소로 나눠 발주될 예정이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견제 영향으로 삼성중공업이 단독 수주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행진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올해 초 중국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거래를 제한했고, 중국산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때 선박당 150만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행정명령 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최근 중국 조선소의 미국 블랙리스트 등재 등 국제 정세 변화는 한국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친환경 선박 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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