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3년 무용지물] ③모호한 법 해석·범위 구체화해 실효성 챙겨야…건설사 책임도 더 강화

중처법, 애매모하한 법 조항에 실효성 ‘의문’
중소 건설사, 중대재해 예방 위한 지원 필요
국토부 중대재해 발생 건설사 명단 공개 추진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 책임자에게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부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됐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건설 현장에서는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사들의 사고 현황과 원인 등을 살펴보고, 앞으로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 차이지만, 여전히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책임자 등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고, 현실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이행이 어려운 중소 건설사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중대재해처벌법, 모호하고 현장 적용 애로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시행됐지만, 건설업계 사망자 감소세는 미미하다. 전체 산업군 재해 사망자 중 건설업계 사망자는 46.9%에 달한다.

정대원 율촌 법무법인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올랐고 안전보건 인력 확충이나 체계 보완‧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범위 등이 모호해 해석에 어려움이 있고, 중소 건설사들이 이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의무들이 있다”고 말했다.

즉,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있는 현장 적용을 위해서는 처벌 대상 등이 구체화돼야 하고 현실적으로 현장 적용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은 제정 이후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추진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한 해석과 범위 등을 구체화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기도 한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경영 책임자’의 범위가 모호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구 의원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법률규정만으로는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으며 처벌 요건인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범위도 모호해 안전인력을 확보한 대형사업장 조차 법 준수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처법, 중소 건설사에 미치는 효과 미미

또 중소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의무 이행이 쉽지 않아 중소 건설사들의 중대재해 예방 효과도 미미하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 금액 5~50억원의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83명으로, 2023년 77명과 비교해 6명 늘었다. 반면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95명으로, 2023년 122명 대비 27명 줄었다. 소규모 건설 현장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가 닿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대원 변호사는 “중대재해를 실질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처벌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중소 건설사들이 중대재해 예방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국토교통부는 중소 건설사를 대상으로 안전보건체계구축 컨설팅과 중‧소규모 현장 위험공종 체크리스트, 예방대책 교육 등을 확대 진행할 방침이다. 또 50인 미만 중소건설업체에 스마트 에어조끼 구입 비용 지원(350억원), 300억 미만 중‧소규모 현장에 스마트 안전장비 무상지원(200개소 이상)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건설사 책임 강화 위한 제도 뒷받침 돼야

법리적인 해석을 구체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대형 건설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를 위해 국회에서는 중대산업재해 발생사실 공표 의무화를 위한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장의 명칭과 발생 일시, 장소 등을 공표할 수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9년부터 4년간 사망사고가 발생한 시공능력평가 100대 건설사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법적근거가 없다는 건설업계의 반발로 2023년부터 중대재해 건설사 명단공개가 중단됐다.

지난해 말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중대산업재해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발생사실을 공표해 앞으로의 재해를 예방하고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건설기술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고 “대형 건설사들의 경각심을 제고하고 책임을 강화해 건설현장에서 안전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해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들을 분기별로 공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도 다시 사망사고를 낸 건설사 명단 공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는 해당 건설사의 구체적인 사업 수주 현황도 함께 공개해 책임성 강화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수연 기자 / ddun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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