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심 사로잡은 KB금융·하나금융…은행주, 환율 안정에 회복세 ‘뚜렷’

KRX 은행지수 937.56까지 올라…한 달새 12%↑
증권가, KB금융·하나금융지주 최선호주 제시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되찾으며 국내 은행주의 주가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환율 하락세에 따라 은행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지표로 사용되는 재무건전성 지표가 개선된 것은 물론, 환율 안정에 따라 국내 은행들이 2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국내 은행주 역시 다시금 투심 회복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개 은행 종목(KB·신한·하나·우리·BNK·JB·DGB·카카오뱅크·기업·제주)이 묶인 KRX 은행지수는 937.56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월 같은 날(834.03)보다 12.41%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발생으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며 투자자와 외인이 빠지면서 국내 은행들의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쳤다. 이와 같은 하락세에 따라 지난달까지만 해도 KRX 은행지수는 700대까지 떨어지며 투심을 회복하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달 9일 KRX 은행지수는 772.65로, 한 달 내 최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며 국내 은행들의 주가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94.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일(1420.2원)보다 25.7원 내린 것으로, 비상계엄 이전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다.

국내 4대 은행의 주가를 살펴보면 모두 한 달 전보다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KB금융의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KB금융의 종가는 9만36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같은 날(7만8000원)보다 20.00% 오른 수준이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한 달 만에 주가가 크게 올랐다. 같은 날 하나금융지주는 전월(5만7300원)보다 14.66% 오른 5만17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밖에 우리금융지주와 신한지주의 종가는 각각 10.05% 오른 1만8060원, 9.77% 오른 5만1700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비교적 안정을 되찾은 환율이 은행주의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상승할 경우 외화표시자산의 위험가중자산(RWA)가 증가하며 금융지주사의 밸류업 지표라 불리는 보통주자본(CET1)을 떨어트리게 되기 때문이다.

CET1비율은 금융사의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눈 수치다. 인수합병(M&A)은 물론, 손실흡수와 주주환원 등 여러 부문에 중요한 기준점으로 활용된다. 금융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보통주 자본비율이 약 2bp(0.02%p) 하락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CET1비율이 12%가 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국내 금융지주는 13% 이상을 목표로 CET1비율을 관리 중에 있다. 목표치인 13%를 초과하고 남은 자본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쓸 수 있어 주주환원 여력으로도 볼 수 있다.

비상계엄 사태 당시 원·달러 환율은 야간장에서 한때 148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CET1비율 평균은 12.94%로, 직전 분기보다 0.09%p(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최근 미·중 관세협상 및 아시아 통화 강세 흐름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며 금융지주사의 재무건전성 지표 역시 개선세를 보였다. 올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CET1비율은 13.15%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12.99%)보다 0.16%포인트 개선된 것이다.

이처럼 환율이 안정을 되찾으며 은행주 역시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협상 등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지만 미·중 협상이 단기간 내 유의미하게 진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미 환율 실무협의에 따른 원화 절상 압박 등까지 고려하면 환율이 재차 크게 상승하기 보다는 현 수준에 안착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율 하락은 외화환산이익 발생뿐만 아니라, 외화 이자수익자산 감소와 RWA 감소 등으로 인해 NIM과 CET1 비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면서 환율이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 한 은행주에 모멘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연구원은 “현재 환율 상황을 감안할 경우 외화환산익 발생 등으로 2분기 실적도 기대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CET1 비율 추가 상승이 밸류업 기대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주의 상승 추세가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를 은행주 최선호주로 제시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경우 상대적으로 건전성 관련 부담이 적은 비은행 부문의 실적 기여도가 높고, 높은 자본여력으로 주주환원 측면의 기대도 가장 높다고 판단한다”며 “최근 환율 환경 안정화에 따라 외국인 수급 여건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또 설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환율 환경 개선에 따라 비화폐성 환차익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며 “최근 환율 환경을 감안했을 때 CET1비율의 추가적인 개선이 예상되는 점도 추가적인 주주환원 확대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는 순익 외에도 NIM과 CET1 비율 추가 상승 등 1분기 호실적 시현으로 올해 4조원대 이익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환율 하락은 이익과 자본비율 측면에서 하나금융에 가장 유리하게 작용하는데,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환율 모멘텀을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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