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화학, 구조개편 신호탄 되나…롯데-HD현대 빅딜 ‘가물가물’

정유사-화학 업체간 빅딜 결실 보나 촉각
화학 업계 내 자율적인 구조조정 효과 ‘미미’
정부 주도 화학업계 경쟁력 제고 방안 절실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 <사진=대산공단협회>

위기에 내몰린 화학 업계가 자발적인 구조개편을 추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 정부 들어서면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기대했던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주요 화학업체를 중심으로 내부적으로 자구책 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12일 국내 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그룹이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에 있는 나프타분해시설(NCC) 통합 운영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HD현대그룹 자회사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이미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통해 85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롯데케미칼이 별도로 운영 중인 연산 110만톤의 에틸렌을 HD현대케미칼로 넘기는 방향을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사업부문에 대한 통폐합이 성사되면 중복 투자 방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기초화학 사업을 줄이겠다는 회사 기조에 부합하고 HD현대는 정유-석유화학의 수직계열화를 통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게 된다.

롯데케미칼 충남 대산 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이번 빅딜은 서로 다른 업종인 화학 업체와 정유 업체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제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유 업계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정유-석유화학 제품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갖춰 원가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울산에서 연산 180만톤의 에틸렌 생산에 나설 전망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번 빅딜로 대규모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롯데케미칼로서는 에틸렌 설비를 넘기면서 첨단소재 사업에 투자할 재원을 확보하게 된다. 오는 2030년까지 기초화학 부문 비중을 30%까지 줄이겠다고 밝힌 롯데케미칼은 포트폴리오 사업 재편에 한창이다. 고부가·스페셜티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가 절실한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빅딜을 통해 투자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선서를 하기 위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두 회사 간 통폐합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국내 화학 업계의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화학 업계는 범용 제품을 축소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왔다. LG화학은 지난 2023년 7월 여수 NCC 2공장 매각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이후 전량 매각부터 지분 일부 매각까지 다양한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아직 구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동종 화학업체간 자율적인 구조개편이 절실하지만, 민간 사업자간 자율적인 빅딜은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와 같이 이업종간 간 빅딜의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지만, 동종 업체간 빅딜은 사업적으로 유사성이 크고 이해 관계도 달라 자율적인 구조조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화학 업계 간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NCC를 묶는다고 해도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화학업계가 당면한 실태조사가 더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섣불리 구조개편 카드를 꺼내 들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후속 대책을 대통령실에 보고한 후 최종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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