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GaN 전력 반도체 선점한다”…SK·삼성·DB하이텍, 첨단 칩 주도권 확보 ‘박차’

AI 데이터센터·전기차 등 수요 확대에 GaN 전력 반도체 주목
기존 Si 전력 반도체 대비 전력 손실 절감·부품 소형화 등 용이
DB하이텍, 올해 제품 개발 완료…연내 GaN 전력 반도체 양산
SK키파운드리·삼성전자, 차세대 전력 칩 기술 경쟁력 확보 총력
TSMC, GaN 전력 반도체 철수 공언…K-반도체 ‘반사이익’ 호재

K-반도체가 차세대 전력 반도체로 주목 받고 있는 GaN(질화갈륨) 전력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GaN 전력 반도체는 전력 손실이 적고, 소형화에도 용이해 기존 Si(실리콘) 전력 반도체의 단점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대체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절대강자인 대만 TSMC가 GaN 전력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공언한 것도 K-반도체의 칩 역량 강화를 재촉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SK, 삼성, DB 등 전력 반도체 플레이어들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낙관론에 R&D(연구개발) 투자, 인재 확보 등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1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GaN 전력 반도체 시장은 2023년 2억7100만달러(약 3764억원)에서 2030년 43억7600만달러(약 6조783억원)로, 7년 새 20배 넘게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49%에 달한다.

GaN 전력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된 것은 IT 기기의 증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급증,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기존 전력 반도체의 한계를 돌파할 차세대 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반도체는 전력을 제어하는 반도체로, 전기를 변환하는 부분에서 전압, 전류, 주파수, 직류·교류 등 전기 형태를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가전 제품, 조명 등 모든 전기·전자 제품을 제어하기 위해선 반드시 탑재해야 하는 필수 부품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인 AI 열풍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전기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팽창하면서 전력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활용처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사진=DB하이텍>

전력 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와중에 기존 Si 전력 반도체의 치명적인 단점이 드러났다. 실리콘 웨이퍼로 칩을 만들 경우 높은 전압을 견디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화합물 기반 전력 반도체다. 화합물 기반 전력 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로 만든 칩보다 10배 이상 큰 전압을 견딜 수 있다. 게다가 같은 크기의 반도체라도 더 많은 용량을 처리할 수 있어 부품 소형화에도 용이하다.

다양한 화합물 중에서 반도체 업계가 주목한 차세대 전력 반도체 핵심 소재는 바로 GaN이다. GaN은 전력을 공급하고 배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크게 줄여준다. 이에 똑같은 전력으로 더 오랫동안 기기들을 사용할 수 있게 돕는다.

이같은 이점에 힘입어 IT 기기, AI 데이터센터, 통신 장비, 전기차 등 전력 소모량이 많고 안정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GaN 전력 반도체 수요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이에 맞춰, K-반도체는 향후 GaN 전력 반도체 패권 다툼이 매우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차세대 칩 경쟁력 제고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체 가운데 GaN 전력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DB하이텍이다. 2021년 GaN 전력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DB하이텍은 2022년부터 8인치 GaN 전력 반도체 공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질화갈륨 웨이퍼의 원활한 수급 및 개발 가속화를 위해 에이프로세미콘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올해 GaN 전력 반도체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DB는 제품 개발을 서둘러 마무리해 연말부터 양산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DB하이텍은 이르면 올 하반기 GaN 전력 반도체 샘플을 고객사에 전달하고, 고객사 확보를 위한 활동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주력 제품인 전력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사업 추진에 집중해 성장 기반을 지속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GaN 전력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5758억원을 투자해 키파운드리를 자회사로 인수했다.

지난해 1월 새 사명으로 단장한 SK키파운드리는 8인치 GaN 전력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WBG(와이드밴드갭) 관련 R&D 조직을 별도로 신설하기도 했다.

실질적인 결실도 맺고 있다. SK키파운드리는 지난해 6월 650V GaN 고전자 이동도 트랜지스터(HEMT) 소자 특성을 확보했다. 650V GaN HEMT는 전력 효율이 높아 방열 기구 비용을 감소시킨다. 이에 기존 실리콘과 비교해 최종 고객의 시스템 가격은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데이터센터와 고속 충전 어댑터,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의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SK키파운드리의 입장이다.

최근엔 신규 고객사 발굴과 함께 650V GaN HEMT에 관심을 보이는 기존 Si 전력 반도체 공정 사용 고객사를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SK키파운드리는 650V GaN HEMT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압의 GaN HEMT와 GaN IC까지 제공할 수 있는 GaN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동재 SK키파운드리 대표는 “SK키파운드리의 강점인 고전압 BCD와 더불어 차세대 전력 반도체를 준비 중이다”며 “GaN 전력 반도체 라인업을 꾸준히 넓혀 전력 반도체 전문 파운드리 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재 확보에도 적극 힘쓰는 모습이다. SK는 지난달 9일부터 30일까지 전력 반도체 분야 석·박사 인재 채용을 실시했다. SK키파운드리는 이번 채용을 통해 전력 반도체의 품질 표준 관리 및 인증에 대응하고, 제품의 불량 분석과 신뢰성 개선 등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2023년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 <사진=삼성전자>

삼성은 K-반도체 중 가장 뒤늦게 GaN 전력 반도체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전자는 2023년 6월 미국 실리콘밸리, 같은해 7월 서울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컨슈머, 데이터센터, 오토모티브 분야에 대해 2025년부터 8인치 GaN 전력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삼성은 GaN을 비롯한 차세대 전력 반도체 개발 및 제조를 위한 장비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 파운드리는 아직 GaN 전력 반도체 양산에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삼성의 GaN 전력 반도체 생산이 지체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GaN 기반 공정은 기존 Si 기반 공정과 호환성이 매우 떨어진다. 이에 GaN 전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선 신규 생산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 안정적인 수율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차세대 칩을 제조하기까지 최소 2~3년의 검증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SK, 삼성, DB 등 K-반도체가 글로벌 전력 반도체 시장 공략에 나서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했던 낭보가 날아들었다. TSMC가 내년부터 GaN 전력 반도체 사업을 단계적으로 종료해 2027년 7월 31일부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파운드리 공룡 TSMC의 철수 소식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TSMC가 GaN 전력 반도체 시장에서 물러나기로 한 만큼 SK키파운드리, 삼성전자, DB하이텍 등 K-반도체가 TSMC의 빈 자리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이와 관련, DB하이텍 관계자는 올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TSMC의 GaN 전력 반도체 사업 종료에 따라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아직 GaN 전력 반도체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탓에 TSMC의 철수로 당장 큰 수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면서도 “하지만 SK, 삼성, DB 등 주력 업체들에게는 어느 정도 사업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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