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사장 공백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KF-21 양산 준비와 FA-50 수출 등 주력 사업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전자전기 수주전 역시 리더십 공백이 입찰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AI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4.7% 늘어난 852억원을 기록했지만, 매출은 82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줄었다.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경쟁사들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많게는 세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간 것과 비교하면 다소 부진했다는 평가다.
이는 방산 수출 계약 지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KAI는 강구영 전 사장이 지난 7월 퇴임한 뒤 차재병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지만 KF-21 양산 준비 일정과 FA-50 수출 협상, 수리온 헬기 및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이 줄줄이 늦춰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 대형 입찰에서도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KAI는 올해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9613억원 규모의 다목적 헬기 UH-60 성능개량사업과 국내 최초 민간 주도 정지궤도 기상·우주기상 위성 천리안위성 5호 개발사업에서 각각 대한항공과 LIG넥스원에게 수주 기회를 빼앗겼다.
최근에는 1조8000억원 규모의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 따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자전기 체계개발사업은 항공전력의 생존성을 높이고, 첨단 전자전 장비를 항공기에 통합하기 위한 국가 전략사업이다. 정부가 1조7775억원을 투자하고 국내 업체가 연구·개발하는 형태다. 현재 한화시스템과 손을 잡은 KAI는 해당 수주전에서 LIG넥스원·대한항공 컨소시엄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장의 부재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면서 경영 연속성이 저해될 수 있고, 대규모 국책 사업을 총괄해야 할 체계 종합업체로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AI 노조 관계자는 “당초 강구영 사장의 임기 만료 시점인 9월 초 전후로 인선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과 최대 주주인 수출입은행장 인선 지연이 겹치며 KAI 사장 인선도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장 부재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방산 수출 계약 실행 지연이 원인”이라며 “이번 인사는 KAI의 기술 주권과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가에 대한 최종 시험대”라고 덧붙였다.
한편, 강 전 사장의 퇴임 이후 KAI 내부에서는 민영화 찬성 비율이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현재 신임 사장 후보로는 내부 출신 1명과 관료 출신 1명이 올라 최종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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