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수행한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조감도.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방위사업청이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보안 감점 조치를 돌연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총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방사청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예고한 만큼 함정 수출 ‘원팀’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한 보안 벌점을 내년 12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11월 1.8점의 감점 적용이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내년 12월까지 1.2점의 감점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울산지검은 2020년 9월 24일 보안 사고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 직원 12명 중 9명을 기소했고, 9명 중 8명에 대해서는 2022년 11월 판결이 확정됐다. 나머지 1명은 검찰이 항소해 2023년 12월 확정판결이 나왔다.
당초 방사청은 두 판결을 동일한 사건으로 보고 2022년 11월을 기준으로 올해 11월까지 3년간 보안 감점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두 판결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법률 검토에 따라 보안 감점도 따로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선 방사청의 이번 번복으로 HD현대중공업이 KDDX 사업자 선정에서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고 보고 있다.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총 사업비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사업의 기본 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은 개념 설계를 맡았던 한화오션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방사청이 기존에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되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는 기본설계 수주업체인 HD현대중공업이 가져가게 된다. 하지만 한화오션이 요구하고 있는 경쟁입찰로 진행될 경우, 소수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만큼 HD현대중공업에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 결정에 큰 유감을 표하며 법적조치 등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차세대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사업 추진 방식의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배경에 강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의 상황은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 하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해 재검토를 요청하는 한편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해외 함정 수주와 관련해 원팀을 구성했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협력관계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사는 지난 2월 방사청 주도로 향후 함정 수출사업 원팀을 구성해 협력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함께 해외 수주전에 참여 중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방사청이 보안 감점 해제 시점을 불과 한 달가량 앞두고 연장 결정을 내릴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방사청의 일관성 없는 태도로 벌써 2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 KDDX 사업 구도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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