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맏형인 삼성전자가 깜짝 인사를 발표하며 연말 인사의 스타트를 끊었다. 삼성은 미래 경영전략 기획·추진을 책임지는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정식 구성하고, 해당 조직을 이끌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그룹의 수뇌부라 할 수 있는 사업지원실 인사에서 가장 이목이 쏠리는 자리는 ‘삼성의 2인자’ 사업지원실장이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책임 경영을 보필할 최측근으로 기존 사업지원TF장이던 정현호 부회장 대신 박학규 사업지원TF 사장을 임명하며, ‘뉴 삼성’ 재건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삼성그룹 내 사정에 밝은 박 신임 사업지원실장은 이 회장을 보좌하며 AI(인공지능), 로봇 등 미래 사업을 가속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7일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개편하고, 박 사업지원TF 사장을 새 사업지원실장으로 위촉했다.
이번 인사로 박 신임 사업지원실장은 단숨에 삼성의 2인자로 우뚝 섰다. 사업지원실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이 회장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조직이다. 이를 감안할 때 사업지원실장은 이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1964년 충북 청주 출생인 박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에서 경영과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등 재무와 경영지원 등 핵심 부서를 두루 거치며 ‘재무통’으로 정평이 났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박 사장은 2014년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 경영진단팀장에 선임됐다. 경영진단팀장직에 자리하는 동안 그는 삼성의 체질 개선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2017년 미전실 해체 이후에 삼성SDS 사업운영총괄로 자리를 옮겼고, 이어 2020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전자로 복귀했다. 또한 2022년 3월에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을 맡았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의 두 축인 DS 부문과 DX 부문 모두의 살림살이를 챙긴 핵심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지난해 말 단행된 연말 인사에서 박 사장은 사업지원TF로 이동해 주요 사업을 뒷받침해 왔다.
박 사장의 주요 경력을 살펴볼 때, 그가 사업지원실의 초대 수장이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삼성전자 전 사업 부문을 두루 경험한 데다 그룹 경영 현안과 재무 상황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박 사장이야말로 각 계열사에 적합한 경영 전략을 세우고 진행해 나갈 적임자라는 평가에서다.
여기에 미전실 근무 당시 이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것도 박 사장의 사업지원실장 위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윤호 삼성전자 사업지원실 전략팀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이 타 사업 부문보다 그룹 수뇌부인 사업지원실 인사를 우선 마무리 지으면서, 뉴 삼성 비전 실현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겠냐는 관측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이 회장은 그간 삼성그룹 총수로서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왔다. 장기간 지속된 사법 리스크로 인해 책임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많은 재판으로 인해 그룹 경영에 큰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지난 7월 이 회장은 ‘부당합병·회계부정’ 상고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그동안 족쇄로 작용했던 사법 리스크를 말끔히 털어냈다. 이에 이 회장은 뉴 삼성 재건이라는 중대한 숙제를 해결하는 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은 ‘이재용 체제’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그룹의 미래 경영 전략 기획·추진을 책임지는 사업지원실을 새롭게 단장해 이 회장의 책임 경영을 보좌할 ‘삼성 정예 군단’을 재정비 하게 됐다.
이번에 정규 조직으로 거듭난 사업지원실은 △전략 △경영진단 △피플(인사) 등 3개 팀 체제로 꾸려졌다. 전략팀은 기존 사업 성장 지원, 신성장동력 발굴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경영진단팀은 사업 부진 원인 분석 및 개선 제시, 피플팀은 인사·조직 운영을 맡는다.
이 회장의 신임을 받는 최윤호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사장이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을 맡아 박 사장과 함께 사업지원실을 이끌어 나간다. 최 사장은 1987년 삼성전자 가전사업부로 입사해 국제회계그룹과 경영관리그룹을 거친 뒤, 2010년 미전실 상무, 2014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지원팀장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사업지원TF 부사장을 맡았고, 2022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뒤, 지난해 11월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 자리로 이동했다.

주창훈 삼성전자 사업지원실 경영진단팀장(왼쪽)과 문희동 삼성전자 사업지원실 피플팀장. <사진=삼성전자>
또 주창훈 사업지원TF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경영진단팀장으로 위촉됐고, 문희동 사업지원TF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피플팀장에 자리했다.
주 부사장과 문 부사장은 각각 2014년과 2015년에 미전실 인사지원팀담당, DS 부문 메모리사업부 인사팀 상무 등를 거쳐 2017년에 사업지원TF로 옮긴 바 있다.
이렇듯 박 사장은 사업지원실의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뉴 삼성 비전 구체화를 진두지휘하며, 이 회장을 적극 지원 사격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과거 5~6개 팀 체제였던 미전실과 비교해 사업지원실 규모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실상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필수 조직이라는 게 재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컨트롤타워 부활과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지원TF가 오랜 기간 TF로 머물러 있던 만큼 이번 조직 개편은 TF를 떼고 조직을 안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며 “예전부터 이같은 방안을 검토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컨트롤타워 부활과는 무관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존 사업지원TF장이었던 정현호 부회장은 이제 이 회장의 보좌역으로 물러난다. 정 부회장의 이번 용퇴는 삼성전자가 최근 실적이 개선되는 등 사업이 정상화하는 시점을 맞아 후진 양성을 위해 결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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