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中 추격 속 K-가전·디스플레이 ‘희비’…“초격차 기술로 AI가전·OLED 선점”
올 한 해 국내 가전업계와 디스플레이 분야는 중국 업체의 공세와 미국발 관세 리스크로 순탄치 않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여기에 공급망 불안, 수요 부진까지 맞물리면서 수익이 둔화되고,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거세졌다.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가전 업계는 주력인 TV 부문 부진이 발목을 잡으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디스플레이는 고부가 OLED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며 실적 반등세가 뚜렷했다.
내년에도 업계를 둘러싼 환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업체들이 추격의 속도를 높이면서 국내 업체들의 시장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업계는 프리미엄 가전·TV, OLED 등 핵심 제품을 중심으로 한 초격차 전략을 앞세워 돌파구 마련에 나선다.
◆삼성·LG, TV 사업 동반 부진…수요 침체·중국 도전 ‘이중고’
삼성전자에서 생활가전과 TV를 담당하는 VD·DA 사업부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000억원) 대비 73.3%나 감소했다. 해당 사업부는 지난해 연간 1조7000억원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1분기 3000억원, 2분기 2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하다, 3분기엔 영업손실 100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LG전자 MS사업본부도 3분기 누적 4894억원의 적자를 떠안았다. 1분기 4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 3분기 각각 영업손실 1917억원, 302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을 키웠다. 같은 기간 HS(생활가전)사업본부의 누적 영업이익이 1조4504억원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결과다.
양사 TV 사업 실적이 악화된 배경으로 시장침체가 꼽힌다. TV 교체 시기가 길어진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 관세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4975만대다. 분기 기준 최저치로, 3분기 TV 출하량이 5000만대를 밑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V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가 삼성과 LG를 바짝 추격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는 여전히 국내 업체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출하량 기준으로는 저가 시장을 장악한 중국 기업들의 입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출하량 기준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18.1%), TCL(14.2%), 하이센스(12.1%), LG전자(10.5%) 순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매출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29.3%, LG전자가 15%로 1·2위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경쟁사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QLED, 75인치 이상 라인업을 다양화해 판매 확대를 추진해 엔트리 시장을 공략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이 감소했다”며 “전반적인 TV 수요 정체와 경쟁 심화에 따른 매출 감소, 제반 비용 증가가 이유”라고 설명했다.
◆삼성D·LGD, OLED 체질 개선 성과로 이어져…중소형 OLED 경쟁 우위 확보
디스플레이 업계는 불안정한 시장 환경 속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분기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누적 영업이익은 2조2000억원이다. 전년 동기(2조8000억원) 대비 21.4% 줄었지만 매 분기 5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는 348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022년부터 4년 연속 이어진 적자 행진 고리를 끊어낼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4분기에도 흑자 기조가 지속돼 연간 영업이익 및 순이익 턴어라운드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추진해온 사업 체질 개선 효과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양사는 저수익 LCD 사업을 축소하고, 고부가 OLED 제품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2년 상반기를 끝으로 LCD 사업에서 완전 철수했으며,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약 2조원에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중국 CSOT에 매각하며 TV용 LCD 사업을 정리했다.
특히 양사 모두 OLED 기술 역량이 돋보이는 곳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에 탑재되는 중소형 시장이다. 세트 업체가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OLED 채택을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애플, 삼성전자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계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각각 47.3%, 20.3%로 합산 67.6%에 달했다. BOE, 텐마, 비전옥스 등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32.2%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전 제품군에서 OLED 패널 출하가 확대되며 전분기 대비 25% 증가했다”며 “전체 매출 내 OLED 제품 비중은 계절적 성수기에 더해 중소형 OLED 패널의 신제품 출시 효과로 역대 최고 수준인 6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불확실성 지속…초격차 기술로 돌파구 마련
내년 가전·디스플레이 업계의 공통 화두는 ‘초격차 기술’이 될 전망이다. 경기 침체, 미국 관세 정책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 또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RGB·OLED TV 등 고가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026년에는 당사가 주력 중인 QLED, OLED, 75인치 이상 대형 TV 등 프리미엄 전략 제품 비중이 확대될 것”이라며 “프리미엄 리더십을 혁신적인 2026년 신제품 라인업, 마이크로 RGB, OLED 등을 바탕으로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기능, TV 전용 플랫폼 등 소프트웨어 차별화에도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대화형 AI 플랫폼 ‘비전 AI 컴패니언’을 출시하며 AI 생태계를 확장했다. 향후 적용 모델과 국가를 확대해 AI TV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전용 TV 플랫폼 웹OS를 기반으로 수익원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웹OS 관련 매출은 연평균 60% 이상 성장해 지난해 말 1조원을 돌파했으며, 두 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운영 효율화로 수익성 개선에 더 집중하고, 웹OS 플랫폼 사업 기반 확대와 글로벌 사우스 전략 추진 등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강화해 위기 극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OLED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강화해 나간다. 특히 양사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IT용 OLED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420만대 수준이었던 IT용 OLED 출하량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 2029년 530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IT용 OLED 대비 면적이 넓은 차량용 OLED도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기술 발전으로 차량 내 OLED 패널 수요가 늘어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9월 차량용 OLED 브랜드 ‘드라이브’를 출시하며 고객사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 2년 만에 부스를 차리고, ‘차량용 듀얼뷰 OLED’ 등 차량용 디스플레이 신기술을 선보일 방침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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