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타격 컸다”…현대차·기아 잉여현금 4.5조원 증발

현대차, 500대 기업 중 감소액 가장 커
대미 자동차 관세 따른 손실 누적 영향
현지 생산 확대 통해 가격 경쟁력 유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기아의 올해 3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이 지난해 3분기보다 4조5000억원 넘게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방위 관세 정책 여파로 천문학적인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 관세를 물며 대규모 손실이 누적된 영향이다.

11일 CEO스코어데일리와 본지 부설 기업연구소인 CEO스코어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분기보고서를 공시한 국내 500대 기업(금융사 제외) 중 상장사 237곳을 조사한 결과, 현대차·기아의 올해 3분기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5조631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0조1570억원)보다 44.6%(4조5431억원) 감소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자본적 지출을 뺀 값이다. 기업의 실제 자금 사정이 얼마나 양호한지를 가늠하는 지표이자 연말 배당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현대차·기아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16조41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12조5253억원으로 23.7%(-3조8857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본적 지출은 6조2539억원에서 6조8943억원으로 10.2%(6404억원) 증가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감소하고, 자본적 지출이 증가하며 여유 자금과 투자 여력이 모두 하락했다.

특히 지난 1년간 현대차의 잉여현금흐름 감소액은 3조5170억원으로 500대 기업 중 가장 컸다. 현대차에 이어 현대건설(-1조2978억원), SK텔레콤(-1조261억원), 기아(-1조90억원), 고려아연(-9674억원), LIG넥스원(-8067억원), LG전자(-8037억원), LG에너지솔루션(-7097억원), SK(-6953억원), 동국제강(-6730억원) 등 순이었다.

현대차·기아의 잉여현금흐름이 대폭 감소한 건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를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가 늦어지면서 관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다.

한미 정부는 지난 10월 29일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이후 이른 시일 내 조인트 팩트시트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담 후 2주가 지나도록 팩트시트는 발표되지 않았고, 지난달 14일이 돼서야 최종 확정했다.

앞서 지난 7월 말 한미 무역 협상 이후 최대 난관이었던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두고 후속 협의는 무려 3개월간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서 현대차·기아는 대미 자동차 관세 25%를 물며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3분기 미국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액은 1조8210억원, 1조2340억원으로 합산 기준 3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분기 영업익 감소액 1조6140억원(현대차 8280억원·기아 786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관세에 맞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북미 시장이 회사의 핵심 시장이자 미래 성장의 한 축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기존 앨라배마 공장과 함께 가동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연간 생산 능력을 30만대에서 2028년까지 50만대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향상, 브랜드 가치 제고, 기술 혁신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대규모 국내 투자, 협력사와의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등으로 국내 경제 활성화와 글로벌 모빌리티 허브로서 한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