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본사 부산 이전과 매각 재개 이슈라는 복합 변수에 직면했다. 노조가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사측과의 총력 투쟁을 선언한 가운데 HMM의 매각을 통한 민영화 작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HMM 노사는 지난 9일 본사 부산 이전 안건을 두고 첫 교섭을 진행했으나,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협상이 종료됐다. 노사는 추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HMM은 정부의 지원이 전제되면 부산 이전을 검토할 수 있고, 이전은 이사회 의결 사항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HMM 본사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아울러 부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부산 해양수도 시대’를 열자는 취지로 지난 8일부터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시작했다. 같은 날 매출액 기준 국내 7위 선사인 SK해운과 10위인 에이치라인해운도 정부 계획에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부산으로의 본사 이전을 확정했다.
다만 HMM 육상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는 본사 이전이 주주와 임직원의 이익을 훼손하고 경영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선박 공급 증가에 따른 운임 하락과 수익성 둔화 국면에서 이전 논의가 조직 전반의 위기 대응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해운 산업은 선박 공급 과잉으로 해상 운임이 지속 하락하고 있으며, 내년 이후 수익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노조는 사측과의 추가 교섭을 이어가되 이전안이 일방적으로 주주총회에 상정되면 총파업을 포함해 국민감사청구,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기업가치 보호 소송 등을 동시에 전개할 방침이다.
HMM 임직원은 육상 인력 1057명, 해상 인력 839명 등 약 1900명이다. 해상 직원들은 본사 업무와 무관하게 해상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본사를 이전한다고 해서 거처를 옮길 유인이 없다. 육상 직원 200여명은 이미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HMM 육상노조에 따르면 해상노조(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 HMM해원연합노동조합)도 본사 이전과 관련해 육상노조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을 만나 본사 이전 반대 입장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노조는 “본사 이전 문제는 단순한 조직 이동 문제가 아니라 직원 모두의 일터 가족, 그리고 삶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로드맵은 이전을 전제로 작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노조와 협의 없이 작성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HMM의 2만4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HMM상트페테르부르크’호.<사진제공=HMM>
HMM 본사 부산 이전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은 매각 작업과도 관련된 중요 사안이다. HMM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최근 보유 주식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실사를 위해 회계법인 등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HMM의 지분 현황을 보면 산업은행이 3억3413만3427주(35.42%), 한국해양진흥공사가 3억3086만7712주(35.08%)로 정부 지분이 70%가 넘는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산업은행은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수행 기관을 선정한 뒤 내년 2월 말 최종 보고서를 받게 된다. 산업은행이 HMM 매각을 약 1년 만에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진 산업은행장도 지난 9월 취임과 함께 HMM 재매각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HMM 매각을 통한 민영화는 산업은행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현재 유력 후보로는 포스코그룹과 동원그룹이 거론된다. 포스코그룹은 기존 핵심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에 해운업을 추가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2023년 HMM 1차 인수전에 참전했다 고배를 마신 동원그룹은 스터디 차원의 조직을 꾸려 인수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HMM을 인수해 수산과 식품 부문을 잇는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HMM의 몸값은 10조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업계는 HMM의 본사 부산 이전 문제가 향후 있을 매각 작업에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이 불황 초입에 접어들면서 HMM도 안정적인 대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본사 이전보다 민영화가 더 중요한데, 매각 주체로서 노조와 정치권의 목소리가 큰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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