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원전 후퇴 논란 속…‘K-원전 리더’ 한수원 수장 누가 될까

한수원, 신임 사장 후보자 접수 마감…총 13명 지원
12일 서류 심사 돌입…이르면 내년 1월 사장 인선
신규 원전 건설·K-원전 수출 등 당면한 현안 산적
미 웨스팅하우스와의 불공정 계약 대응도 서둘러야
이재명 정부 ‘원전 소외’ 기조 속 신임 사장에 관심 집중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국내 원전 산업을 주도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 자리가 벌써 석달째 공석상태다. 당장 신규 원전 건설, 원전 수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IP(지식 재산권) 합의 대응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어, 차기 사장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수원 사장 공모에 현재 총 13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 중 누가 한수원 차기 사장에 오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수원 수장으로 선임된 인사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향후 에너지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최근 사장 후보자 접수를 마감하고, 하루 뒤인 12일 서류 심사에 돌입한다.

이번 공모에는 총 13명의 후보자가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유력한 후보자로 박원석 원자력산업정책연구원 원장, 한병섭 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 김범년 전 한전KPS 사장,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등이 거론된다.

이 외에도 전휘수 전 한수원 기술부사장, 조병옥 전 한수원 품질안전본부장, 김무환 전 포항공대 총장 등이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수원이 신임 사장 인선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지난 9월 중순 황주호 전 사장이 사임하면서 공석이 된 사장 자리에 새 인사를 앉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 사장직은 황 전 사장의 사표 수리 이후 공석 상태로, 현재 전대욱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한수원은 윤석열 정부 당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 과정에서 미 웨스팅하우스와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불공정 계약의 핵심 쟁점은 한수원과 한국전력(한전)이 향후 50년 동안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에 약 1억7500만달러(약 26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지급하고, 약 6억5000만달러(약 9600억원) 규모의 기자재를 구매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다.

여기에 한수원이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우크라이나, 일본 등 주요 지역에서 신규 원전 사업을 수주하지 않는다는 조건과 차세대 원전인 SMR(소형모듈원자로)을 수출할 때 미국측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 등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한울 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 원전 1호기(왼쪽)와 2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불공정 계약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황 전 사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전체 회의에서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정부의 원활한 정책 집행과 한수원의 조직 안정을 위해서 황 사장 본인 스스로 자진 사퇴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황 사장은 “적절한 시점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같은달 17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한수원의 주요 사업과 경영 전략 추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현재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체코·튀르키예 등과 원전 수출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미국 내 신규 원전 및 SMR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 가능성을 제고하는 데도 적극 힘쓰고 있다. 특히 미 웨스팅하우스와의 IP 합의에 따른 조건상 제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리 원전 1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고리 원전 1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이 차기 사장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누가 사장직에 오를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원전을 이끄는 한수원 사장에 누가 오르느냐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취임한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은 당시 정부 기조에 따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등 ‘탈원전’ 정책을 주도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이번 신임 사장 인선을 통해 현 정부의 원전 정책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 업계에서는 한수원 차기 사장에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 뜻을 같이 하는 인사가 선임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적 활용을 강조하며 ‘에너지 믹스’ 기조를 표방했으나, 취임 후엔 원전의 비중을 낮추는 쪽으로 선회했다. 에너지 정책 총괄 업무를 규제기관인 환경부로 이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한 것이 대표적인 방증이다.

또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서 확정한 대형 원전 2기와 SMR 건설을 재검토하겠다는 발언도 현 정부의 ‘원전 소외’ 기조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올 9월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기존 원전은 안전을 담보로 계속 연장해 사용 가능하나, 신규 원전 건설 여부는 국민 공론을 거쳐 판단해야 한다”며 신규 원전 건설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원전 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김 장관은 올 10월 국정 감사에서 “저는 탈원전주의자가 아닌 탈탄소주의자다”고 밝히며 탈원전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한번 불거진 우려는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 회견에서 밝힌 원전 관련 발언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취임 100일 기자 회견 당시 “지금 당장 풍력발전, 태양광발전이 1~2년이면 (건설)되는데, 그걸 대대적으로 건설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무슨 원전을 (신규로) 짓나”라고 언급해,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조만간 선임되는 한수원 신임 사장을 통해 이 대통령의 원전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신규 원전 조감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신규 원전 조감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 기조를 수행할 낙하산 인사, 정치적 보은 인사가 아닌, K-원전을 이끌 적임자를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자력학회는 지난 1일 ‘대한민국의 에너지 안보와 미래를 짊어질 한수원 신임 사장, 전문성과 소명 의식이 최우선이다’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최근 원자력의 가치를 부정하거나 원자력 산업 발전을 저해했던 전력이 있는 인사 또는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따라 거론되는 인사가 후보에 포함됐다는 언론 보도에 우리 학회는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회는 “한수원 사장 자리가 정치적 보은 인사나 진영 논리에 따른 배분의 대상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며 “원자력 산업의 본질적 가치와 배치되는 과거 행보를 보였거나 국가 발전과 미래를 위한 통찰보다 이념에 얽매어 원자력 산업을 이끌어갈 진정성 있는 의지가 부족한 인사가 선임된다면, 이는 어렵게 되살린 원자력 생태계에 다시 타격을 주고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붕괴 위기에 처했던 원자력 생태계를 복원하고, 다시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산업 육성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리더십이 필수적이다”며 “신임 사장은 원자력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확고한 육성 의지를 갖춘 전문가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국가 에너지 안보와 국민 편익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굳건한 소명 의식이 요구된다”며 “정부가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배제하고, 오직 ‘미래와 후손을 위해 누가 대한민국의 원자력 산업을 이끌 진정한 적임자인가’라는 기준 하나만으로 판단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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